색, 빛, 몸짓 그리고 표정

gallery R
서울특별시 성동구 광나루로 294 성동세무타워 B01호
TEL 02-6495-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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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5일 - 11월 22일

작가와의 대화 : 2025년 10월 25일(토) 오후 3시

전시오픈 :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픈시간 :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전시휴관 : 매주 일요일, 월요일

전시기획 : 갤러리 R 객원큐레이터 류병학

박경진 작가는 2008년 성균관대학교 예술학부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 졸업하고, 2022년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을 졸업한다.

그는 2014년 OCI 미술관에서 첫 개인전 『반경0km』를 개최한다. 그리고 그는 2018년부터 최근까지 매해 개인전을 개최한다. 2018년 인사미술공간의 『현장(Site)』, 2019년 갤러리 조선의 『색, 뒤(Behind the color)』, 2020년 인디프레스 갤러리의 『색, 공간』, 2021년 인천아트플랫폼 E1갤러리의 『색, 공간 II』, 2022년 모나무르 갤러리의 『색, 빛』, 2023년 자넷오 갤러리의 『Ephemeral Vivid Walls』, 2024년 금호미술관의 『색, 빛, 몸짓』, 2025년 CN갤러리의 『SM : 색, 빛, 몸짓』 등이 그것이다.

그는 다양한 그룹전에 초대받는다. 그의 주요 그룹전은 다음과 같다. OCI미술관의 『육감 六感 Sixth Sense』(2015), 대만 관두미술관(Kuandu Museum of Fine Arts)의 『Inidental Damage』(2015), 아트선재센터의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2015』, 금천예술공장의 『다시 주변인』(2017),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의 『뉴스, 리플리에게(NEWS, Dear Mr. Ripley)』(2018), 서울2019 『재난』(2019)서울대학교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현대회화의 모험 :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2019), 부산시립미술관의 『이토록 아름다운 : The Nature of Art』(2021), 토탈미술관의 『BEYOND THE SCENE』(2022), 천안시립미술관의 『2023 천안제로프로젝트 : 이름 없는 소우주』(2023)가 그것이다.

그의 수상 및 선정은 다음과 같다. 2014년 OCI 미술관 YOUNG CREATIVES 선정, 2016년 중앙일보의 제38회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전 대상 수상, 201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시각예술 작가선정, 2020년 서울문화재단 시각예술창작지원 B형 선정, 2022년 충남문화재단 시각예술지원 선정, 영등포문화재단의 공공예술 <도림천 생태극장> 수변갤러리 프로젝트 선정, 2024년 서울문화재단 시각예술창작지원 B형 선정, 2025년 충남문화재단 시각예술지원 선정.

그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OCI 미술관, Kuandu Museum of Fine Arts(Taipei), 정부미술은행, 인천문화재단, 천안문화재단, 천안시립미술관, 강릉시립미술관과 개인 컬렉터들이 소장하고 있다.


박경진_색, 빛, 몸짓 그리고 표정. 갤러리 R 전시광경. 2025

박경진의 ‘색, 빛, 몸짓 그리고 표정’

갤러리 R(황영배 대표)은 10월 25일부터 11월 22일까지 박경진 개인전 『색, 빛, 몸짓 그리고 표정』을 개최한다. 박경진의 ‘색, 빛, 몸짓’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작업한 시리즈라면, 그의 ‘색, 빛, 표정’은 올해 초부터 작업한 시리즈이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그의 ‘색, 빛, 몸짓’과 ‘색, 빛, 표정’ 시리즈를 이해하려면, 2021년 작업한 그의 ‘색, 빛’ 시리즈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그의 ‘색, 빛’ 시리즈를 언급하려면, 그의 ‘색, 표면과 이면’ 시리즈를 간과할 수 없을 것 같다. 또한 당신이 그의 ‘색, 표면과 이면’과 ‘색, 빛’ 그리고 ‘색, 빛, 몸짓’과 ‘색, 빛, 표정’ 시리즈의 근간이 되는 그의 ‘현장’ 시리즈를 지나칠 수 없겠다.

따라서 나는 갤러리 R 박경진 개인전을 그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전시로 기획해 보았다. 그의 개인전에는 2012년 시작한 ‘반경 20Km’와 ‘반경 0Km’ 시리즈부터 2016년 시작한 ‘현장’ 시리즈 그리고 2019년 시작한 ‘색, 표면과 이면’ 시리즈와 2021년 작업한 ‘색, 빛’ 시리즈 또한 2022년 시작한 ‘색, 빛, 몸짓’과 2025년 ‘색, 빛, 표정’ 시리즈까지 선보인다.


박경진_색, 빛, 몸짓 그리고 표정. 갤러리 R 전시광경. 2025

만약 여러분께서 그의 전작들을 따라가 본다면, 그가 ‘회화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는지 느끼게 될 것이다. 2018년 인사미술공간에서 열린 개인전 『현장(Site)』 당시 박경진은 인터뷰에서 “회화에서 자유로움을 찾는 게 어려운가요?”라는 인미공의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많이 어려워요. 일단은 이미 많은 작가가 다양한 실험을 해왔고, 시대별로 엄청난 거장들이 있고, 그들이 하고 싶은 걸 이미 다 했고요. 지금 저희로서는 있어 왔던 것들 중에 아주 미세하게 다른 지점을 찾아야만 해요. 그러면서 많이들 손을 놓게 되죠. 매체 자체가 많이 확장되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평면의 한계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고, 고립감을 느끼게 돼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한계를 깨보고 싶기도 해요. 긴 호흡을 가진 예술가로 성장하고 싶기 때문에 조금 더 자유롭고 제한이 없는 상태에서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회화를 평면 밖으로 끄집어내기도 하고, 여러 실험을 해보려고 하는 상태예요.”

박경진의 ‘반경 20Km’와 ‘반경 0Km’ 시리즈

박경진은 2008년 성균관대학교 예술학부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 졸업하고, 2011년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을 수료한다. 그는 성대 대학원 수료한 2011년 ‘반경’ 시리즈를 시작해 2012년 ‘반경 20Km’와 ‘반경 0Km’ 시리즈라는 독특한 회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작업한다. 그는 2014년 OCI 미술관의 ‘YOUNG CREATIVES’에 선정되어 OCI 미술관에서 첫 개인전 『반경 0km』를 개최한다.


왼쪽) 반경 0Km #5_oil on canvas_130x166cm. 2012
중앙) 반경 20Km #3_oil on canvas_61x72.5cm. 2012
오른쪽) 반경 0Km #9_oil on canvas_130x166cm. 2014

이번 갤러리 R의 박경진 개인전에 <반경 20Km #3>(2012)과 <반경 0Km #5>(2012) 그리고 <반경 0Km #9>(2014)와 <반경 0Km #11>(2014) 또한 <반경 0Km #20>(2014)이 전시된다. 나는 그의 ‘반경’ 시리즈를 이곳에 간략하게나마 살펴보도록 하자.

박경진의 <반경 20Km #3>은 바닷가에 건축된 건물이 폭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머시라? 당신은 그것을 TV 뉴스에서 본 것 같다고요? 작가도 ”후쿠시마 원전폭발 당시 인터넷으로 실시간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다“면서 ”원전폭발 당시 먼 거리에 있는 cctv의 실시간 장면 중 하나를 그린 그림“이라고 덧붙였다.

여러분께서 언론을 통해 알고 있듯이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방 태평양해역 해저 깊이 24km에서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다. 그로 인해 거대한 쓰나미가 들이닥쳐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수소폭발과 방사능이 누출된다.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재앙으로 미야기, 후쿠시마, 이와테현 등을 중심으로 1만5890명이 숨지고, 2589명이 실종되는 대참사가 벌어진다. 이후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자살이나 병사 등 지진과 관련한 사망자는 2만여 명이 넘는다고 한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일본 정부는 ‘원자력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이날 저녁 3km권 내 주민에게 피난 지시를 발령하고, 이튿날 오후에는 20km로 피난 지시 구역을 확대했다. 따라서 박경진의 ‘반경 20Km’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이 퍼져 출입이 제한된 구역인 반경 20Km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의 ‘반경 20Km’ 시리즈는 당시 실제로 벌어진 원전 사고의 기사 이미지들을 차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머시라? 작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주목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요? 박경진은 유년 시절 재래시장의 생선 자판에서 어머니를 도와 장사를 같이 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재래시장의 생선장사가 ”사회와 만나는 첫걸음“이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국민학교 1학년이었습니다. 유년 시절에 주로 제가 투입됐던 시기는 추석, 설과 같은 명절을 앞둔 대목 시기였습니다. 차례상에 올라가는 동태전을 위해 깡깡 얼려있던 동태의 껍질을 벗기는 일을 주로 했었습니다. 생선을 파는 마트가 별로 없던 시절이고 5일장인 재래시장이 성황을 이루었던 시기여서 많은 손님이 유입됐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어른의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호기심과 자부심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컸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한 살 한 살 커질수록 많은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장사를 도와드렸던 시기는 어머니가 성남에서 천안으로 귀촌하며 장사를 그만둔 2008년 학부 졸업 시기까지였습니다.“

물론 박경진은 그 이후에도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고자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해왔단다. 각종 아르바이트 중 어머니를 돕는 게 아닌 다른 곳에서 생선가게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었단다. 2011년 2월부터 5월까지 일주일에 2일 한남동 아파트 단지에 위치한 중형마트의 생선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게 되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중형마트의 생선 가격은 일반 재래시장보다 더 비싸게 팔았는데도 후쿠시마 원전폭발 전에는 손님이 정말 많았습니다. 폭발 이후 방송에서 방사능에 대한 경고와 경각심이 커질수록 손님이 줄어들었습니다. 생선 매출이 1/3이 떨어지자 해고되었어요. 물론 저의 해고는 불만이나 놀라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멀리 떨어져 있는 사건이 일상적인 삶에 비집고 들어와 제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그 상황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그저 흥미롭게 보았던 어떤 사건들이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걸 깨달았어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박경진의 작품에 전환점을 가지게 한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그는 미디어를 통해 재난(災難) 관련 사건 사고를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듯 허구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원전 사고가 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재난은 그 자신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이를테면 재난은 그의 삶 속으로 들어와 생각과 행동들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이다.

그는 ”먹거리에서부터 정치적인 생각들 그러한 일상에서의 선택이 현재와 미래에 있을 삶과 죽음의 선택일 수 있다는 강박으로 다가왔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단다. 말하자면 ”원자력 발전소 폭발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떤 게 문제점이었는지“ 말이다.

그는 자료를 찾아보면서 자연스럽게 정치, 경제에 관심 가지게 되었단다. 그는 천재지변과 같은 ‘재난’으로 알고 있던 것이 아니라 사실 ‘인재(人災)’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를테면 그것이 ”정치인들의 입법 활동, 또 자본의 유입 경로 같은 것들, 이전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문제를 깊숙하게 대면“하게 되었단다.

자, 이번에는 박경진의 ‘반경 0Km’ 시리즈를 보도록 하자. 그의 <반경 0Km #5>는 붉게 물든 곳(?)을 인파들이 바라보고 있는 광경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뭬야? 당신의 눈에는 그것이 에어쇼를 하던 전투기가 추락해 폭발한 장면을 관람객들이 관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요? 박경진의 답변이다.

“저의 <반경 0Km #5>는 해외 에어쇼에서 쇼의 일부 이벤트 중 전투기가 쏜 미사일 폭발 장면의 부분을 확대하여 그린 그림입니다. 군중들의 뒷모습 중에 목마를 타고 보는 인물과 풍선을 들고 관람을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아이를 안고 관람하는 사람들이 있는 ‘피크닉(picnic)’의 한 장면입니다.

그의 <반경 0Km #5>는 에어쇼를 위한 미사일 폭발 장면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그 미사일의 목표물은 인간이 아니라 에어쇼를 위해 만든 ‘목표물’이다. 말하자면 그 미사일은 살상 무기가 아니라고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미사일 폭발을 두려워하기는커녕 폭발광경을 즐긴다. 하지만 그 미사일이 당신을 목표물로 삼는다면, 당신은 결코 미사일 폭발을 즐길 수 없을 것이다.

박경진의 <반경 0Km #9>는 무참하게 죽은 이들의 광경을 그린 그림으로 보인다. 머시라? 그런데 흰 가운으로 덮은 시체들 사이에 마치 해수욕장에서 일광욕을 즐기다 변을 당한 사람처럼 보이는 수용복 차림의 사람들도 보인다고요? 문득 2010년 아이티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 사건이 떠오른다.

2010년 1월 16일 SBS 뉴스는 <아이티 사망자 최대 20만명…‘2차 강진’ 예고>라는 제목으로 정승민 특파원의 현지 상황을 보도한다. 정 특파원은 ”마을 공터에 지진으로 숨진 사람들의 시신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습니다“고 말하면서 참사현장을 보여준다.

참사현장은 정 특파원 보도대로 어느 마을 공터에 지진으로 숨진 사람들의 시신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다. 몇 사람이 그 시신들 사이와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물론 그들은 방진복을 입고 있지 않다. 와이? 왜 박경진은 시신들 사이를 배회하는 이들에게 방진복을 입힌 것일까? 그의 육성을 직접 들어보자.

”인재적 재난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는 2010년 아이티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 사건의 풍경을 그린 그림입니다. 이 재난은 취약한 건축 구조, 부실한 경보-대응 체계, 정부의 재난 관리 실패, 구조적 빈곤과 사회적 취약성 때문에 피해가 극도로 확대되었고, 국제사회에서 예상 가능했으나 준비가 안 된 인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림은 해안가 근처 쓰나미로 인해 죽은 시신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풍경으로 방진복을 입고 사진 촬영하는 인물들과 함께 재구성했습니다.“


왼쪽) 반경 0Km #.20_oil on canvas_50x60.5cm. 2014
오른쪽) 반경 0Km #11_oil on canvas_130x190cm. 2014

박경진의 <반경 0Km #11>은 시커먼 장소에 누워있는 사람들을 그린 그림이다. 네? 노르웨이 우토야섬 총기 난사 사건이 떠오른다고요? 박경진은 <반경 0Km #11>을 ‘아스팔트 위에 누워있는 사람들을 120호 캔버스에 추상적으로 그린 그림’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젓붙인다.

”저의 <반경 0Km #11>은 2013년에 개봉한 김성수 감독의 영화 『감기』에서 모티브를 삼았습니다. 영화는 감염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분당수서간 도시고속화도로로 살고자 이동하는 사람들을 학살하는 내용을 영상 후반부에 담고 있습니다.“

박경진의 <반경 0Km #20>은 언 듯 보기에 거대한 타일 바닥에 마치 파리 크기의 사람이 기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만약 상단에 그려진 가로수들이나 대형 환풍 시설물을 참조한다면, 거대한 광장에 사람이 누워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머시라? 거대한 광장에 단 한 사람만 그려놓은 이유가 궁금하다고요? 박경진의 육성을 직접 들어보자.

”네. 광장에 홀로 누워있는 사람이 있는 풍경으로 재구성해서 그린 그림입니다. ‘누워있는 사람들’ 작업의 연장선으로 방사능/펜데믹 등으로 인한 아포칼립스의 상황을 상상하며 구성한 그림입니다. 홀로 누워있는 인물을 통해서 저의 강박/불안 속에 홀로 남겨진 고립감, 고독감, 무력감을 드러내고자 하였습니다.“

지나가면서 살펴보았듯이 박경진의 ‘반경 0km’ 시리즈는 두 가지 요소(현실과 가상)의 절묘한 조합을 통해 이루어져 있다. 이를테면 그의 ‘반경 0km’ 시리즈는 리얼리티를 허구 속으로 스며들게 하고, 허구가 리얼리티 속에 정착되게 재구성해 놓았다고 말이다. 그 점에 관해 그는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사건의 영향권 안에 놓여 있는 상황으로 인한 허구와 현실이 뒤엉킨 시점에서 미디어를 통해 쾌락적으로 받아들여 왔던 인재들의 현실로의 이행은 현실과 허구 두 경계선의 붕괴를 느끼게 했다.”

박경진의 ‘현장’ 시리즈

박경진은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를 수료한 2011년 일명 ‘반경’ 시리즈를 시작한다. 그는 5년간 ‘반경’ 시리즈를 꾸준히 작업한다. 그러다 2016년 그의 작품은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는 중앙일보 주최의 제38회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다. 당시 대상을 받았던 작품은 이전 작품과는 다른 <현장>(2016)이다.

2011년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마트의 생선가게 아르바이트를 잃게 되자 영화와 뮤직비디오 세트장에서 일하게 된다. 생선가게 알바 해고로 그의 ‘반경’ 시리즈가 시작되고, 2016년 그는 자신이 알바하던 영화와 뮤직비디오 세트 ‘현장’을 재구성한 회화를 시작하게 된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2016년 ‘반경’ 시리즈에서 ‘현장’ 시리즈로 전환하게 된 동기를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저의 ‘반경’ 시리즈는 후쿠시마 원전폭발이나 구제역 또 총기 사고와 같은 사건들에 저의 생존을 투사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림을 그려도 화가 풀리지 않고 막 쌓이더라고요. 그 사고들을 보면서 심정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막상 그것을 작업화하더라도 뭔가 해결이 되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정신적으로도 많이 피로해지더라고요. 그러다가 ‘작가 박경진’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 시야를 돌리게 됐어요. 그래서 저의 생업 현장인 뮤직비디오나 영화 세트장 작업을 하게 되었지요.”

박경진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7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시각예술 작가’로 선정되어 2018년 인사미술공간에서 두 번째 개인전 『현장(Site)』을 개최해 미술계로부터 주목을 받는다. 내가 그의 작품을 처음 본 것이 바로 인미공의 개인전 『현장』이다.

그는 이번 갤러리 R 개인전에 〈IDOL-커피 한잔 드시고 하게요(Have a Cup of Coffee)>(2018)와 <빨간 하늘(Red Sky)>(2018) 그리고 <엄습(sudden Fear)>(2019)을 전시한다. 나는 이곳에서 대작인 〈IDOL-커피 한잔 드시고 하게요(Have a Cup of Coffee)>와 <엄습>만 간략하게 살펴보겠다.


IDOL-커피 한잔 드시고 하게요 Have a Cup of Coffee_oil on canvas_227.3x545.4cm. 2018

박경진의 〈IDOL-커피 한잔 드시고 하게요(Have a Cup of Coffee)>는 어느 세트장에 있는 사람들을 그린 그림이다. 화면 좌/우에 있는 사람들은 작업하고 있는 반면, 중앙에 있는 두 사람은 바닥에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이다. 그들 사이의 흰 티를 입은 서 있는 사람은 방독면을 쓰고/벗고 있다. 뭬야? 제목이 ‘아이돌’이라고 작명된 것을 보니 뮤직비디오 세트장인 것 같은데, 어느 아이돌이냐고요? 박경진의 육성을 직접 들어보자.

“저의 〈IDOL-커피 한잔 드시고 하게요(Have a Cup of Coffee)>는 BTS의 <아이돌(IDOL)>이라는 노래의 뮤직비디오 세트장을 모델로 삼아 작업한 것입니다. 제목에서 보이듯 ‘커피 한잔 드시고 하게요’라는 외침으로 쉬는 시간을 맞는 순간의 풍경을 재구성한 그림입니다. 그 외침은 어색한 서술어로 문장을 끝맺습니다. 저는 ‘하게요’라는 서술어가 서로 간의 어색한 관계의 거리감을 드러내고 적당히 자신의 남성성을 드러내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박경진의 〈IDOL-커피 한잔 드시고 하게요(Have a Cup of Coffee)>는 흥미롭게도 아치형의 건축물(가건물)이 3면에 표현되어 있다. 물론 좌/우는 2층 아치형 건축물로 그려져 있는 반면, 가운데 아치형 건축물은 4층이다. 네? 원래 BTS 뮤직비디오 세트장에 아치형 건축물이 삼면에 설치되어 있었느냐고요? 나도 그것이 궁금해 작가에게 물었다. 그의 답변이다.

“실제로 세트는 2층의 3면 건축물로 가운데는 광장으로 구성된 세트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제작하고 있는 세트와 더불어 세트장의 장비들, 이전 세트의 남아있는 흔적들로 구축되어있습니다. 자르고 조각난 연결, 매끄럽지 않은 연결 그대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그의 작품을 보면 작업 바닥에 빨강과 분홍색 그리고 파랑과 노랑의 띠들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쉬고 있는 사람들 우측에 화분들이 그려져 있다. 머시라? 다양한 색 띠와 화분이 BTS 뮤직비디오 현장에 원래 있었던 것이냐고요? 그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저의 〈IDOL-커피 한잔 드시고 하게요(Have a Cup of Coffee)>는 다른 가수, 다른 날, 다른 세트에 있던 흔적/풍경들을 끌어와서 함께 재구성된 풍경 중 하나입니다. 3면의 아치 구조를 만드는 과정 중 이전 세트의 합판들을 재활용하다 보니 합판마다 다채로운 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합판에 남아있는 핑크와 조형적 리듬을 만들기 위해 빨강 분홍 노랑 파랑 띠를 재조합했습니다. 그리고 식물은 다른 가수, 다른 날, 다른 세트에 사용되었던 식물이었습니다. 조형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해 그 식물을 끌어와 조합해 보았습니다. 세트장에서 쉴 때 최대한 공기가 신선한 곳, 따뜻한 곳, 시원한 곳,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을 찾아가기 바쁩니다. 저는 그림 속 인물들에게 신선한 공기를 선물해주고 싶었습니다.”


엄습 sudden Fear_oil on canvas, LED조명, 랩비닐, 선팅필름지_227.3x545.4cm. 2019

자, 이번에는 박경진의 <엄습>을 보자. 그것은 마치 영화 세트처럼 보인다. 화면 중앙에 세 사람이 등장한다. 쪼그리고 앉은 사람은 면장갑을 끼고 있고,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은 물감이 묻은 작업복을 입고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 모두 작업자로 보인다. 그런데 쪼그리고 앉은 사람은 여름용 티와 반바지를 입고 있는 반면,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은 겨울용 상의와 하의를 입고 있다. 와이? 왜 그들은 각기 다른 계절용 옷을 입고 있는 것으로 그린 것일까? 박경진의 육성을 직접 들어보자.

“저의 <엄습>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작화를 담당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옷의 계절감이 다른 이유는 쪼그리고 앉은 사람을 다른 시간, 다른 세트에서 일했던 사람을 가져와 재구성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두 남자가 작업자인 반면, 3번째 서 있는 인물은 원피스를 입고 백을 메고 있는 여성이다. 그녀는 두 작업자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엉뚱하게 개입(출현)해 있다. 뭬야? 그녀는 마치 미래의 여자가 현재에 출연한 것으로 느껴진다고요? 박경진의 답변이다.

“이 작업은 처음으로 세트장과 무관한 사람들을 가져와 구성한 작품으로, 제가 설정한 이야기에 걸맞게 적극적으로 화면을 연출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화면 왼쪽에 서 있는 남자는 배를 보이도록 붉은 티를 올리고 있다. 그는 검정 팬티를 입고 있다. 세트장에 느닷없는 그의 출연은 여자와 마찬가지로 생뚱맞게 보인다. 와이? 왜 그는 이질적인 인물들을 한 화면에 등장시킨 것일까? 그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공포를 ‘엄습한다’라고 평소에 생각을 해왔고 인과관계를 유추할 수 없는 이상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화면에 등장시켰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서 갑작스런 공포를 느끼기도 하고, 저 그림을 그릴 당시 반 개월 넘게 알 수 없는 공포감에 짓눌려 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공포감을 작업에 반영하고자 시도한 그림입니다.”

나는 지나가면서 박경진의 <엄습>을 마치 영화 세트처럼 보인다고 중얼거렸다. 그는 당시 이충현 감독의 영화 <콜>(2020) 세트에서 알바를 했다고 한다. 그가 작업한 세트에서 영화 <콜>이 촬영되었다고 한다. 물론 그의 <엄습>은 실제 세트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영화 <콜>의 세트와 다른 이미지들을 조합하여 재구성한 그림”이라고 한다.

박경진의 감독의 <엄습>에 출연한 인물들은 (붉은 티를 입은 남자만 제외하고) 한결같이 얼굴을 붓질로 지워놓았다. 붉은 티를 입은 남자는 고개를 들어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있다. 만약 당신이 입을 벌리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본다면, 그가 무엇인가를 보고 놀라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겠다. 도대체 그는 무엇을 보고 놀라는 것일까?

박경진의 ‘색, 표면과 이면’ 시리즈

박경진은 이번 갤러리 R 개인전에 ‘색, 표면과 이면’ 시리즈도 5점 전시한다. <붉은 빛(Red Light)>(2019)과 <초록 벽(Green Wall)>(2019) 그리고 <초록 노랑 벽(Green Yellow Wall)>(2020)과 <초록 덩어리(Green Mass)>(2020) 또한 <초록 벽(Green Wall)>(2022)이 그것이다.


붉은 빛 Red Light_oil on canvas_91x72.5cm. 2019
초록 벽 Green Wall_oil on canvas_60.5x50cm. 2019
초록 덩어리 Green Mass_oil on canvas_91x72.5cm. 2020

박경진의 <붉은 빛>은 작업실에서 작가(?)가 이젤 앞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으로 보인다. 이젤에 그림이 올려져 있는 것 같다. 물론 주변에 그림 도구가 없다는 점에서 작업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잉? 그런데 작가(?)의 허벅지에 드릴과 펜치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곳은 작업실이라기보다 오히려 작업장이 아닌가? 박경진의 육성을 직접 들어보자.

“뮤직비디오 세트 뒤편에서 작업하고 있는 인물을 그린 작업입니다. 뮤직비디오 세트의 경우 촬영이 시작되면 촬영을 위해 모든 조명을 끕니다. 그리고 세트 뒤편은 안전을 위해 약한 조도의 붉은 조명을 켜놓습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뮤직비디오 세트의 경우 촬영에 방해가 되지 않게 세트 뒤편에서 그 약한 불빛에 의지하며 못 다한 일들을 진행합니다. 이젤로 보이는 구조물은 세트 뒤편의 목조 구조물입니다. 인물은 드릴과 펜치로 어떤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명은 작업자의 얼굴을 제외한 몸에 비추고 있다. 왜 박경진은 작업자의 얼굴을 어둠에 묻히게 표현한 것일까? 뭬야? 작업자 손에 무엇인지 쥐어진 것으로 보인다고요? 네? 작업자 손에 핸드폰이 쥐어져 있는 것 같다고요? 그러면 조명은 핸드폰의 빛이란 말인가? 그의 답변이다.

“그림 속 인물 손에 비춰진 핸드폰 빛 외에는 붉은 조명에 물든 풍경입니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없지만, 인물 옆에서 불빛을 비춰주는 인물이 한 명 더 있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조형적 구성을 위해 빛을 비춰주는 인물을 물감으로 덮어 지운 흔적이 있습니다.”

박경진은 작품 제목을 ‘붉은 빛’으로 작명한다. 여기서 말하는 ‘붉은 빛’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머시라? 그것은 인물 옆에 지워진 인물이 비춰주는 붉은 조명을 뜻하는 것 같다고요? 그는 ‘붉은 빛’에 관해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어두운 붉은 빛 무리 속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고독하게 다가왔습니다.”

자, 박경진의 <초록 벽>을 보자. 그것은 제목 그대로 작업자가 ‘초록 벽’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그는 작업자의 얼굴과 팔 그리고 등과 다리 등에 ‘거친 붓질’을 해놓았다. 그 ‘거친 붓질’은 작업자를 온전하게 표현하고 난 다음에 마치 ‘지우기’를 하듯 표현한 것 같다. 뭬야? 그런데 벽에 초록색을 칠하는 작업자가 마치 초록 벽에 파묻혀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요? 박경진의 육성을 직접 들어보자.

“저의 <초록 벽>은 풍경묘사보다는 회화적 개입을 위한 시도였습니다. 인물의 등과 다리 등에서도 그러한 붓질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업자의 작업복에 묻은 여러 색의 페인트들은 배경과 인물이 하나가 되는, 서로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단초가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박경진의 <초록 노랑 벽>을 보도록 하자. 그것은 작업복을 입은 작업자가 제목 그대로 ‘초록 노랑 벽’을 작업하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초록 노랑 벽’의 왼쪽 가장자리를 보면 벽의 두께가 부재한다. 따라서 그것은 벽이라기보다 차라리 거대한 캔버스에 ‘초록 노랑’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느껴진다. 물론 ‘초록 노랑’ 그림의 왼쪽 가장자리에 (‘벽’과 마찬가지로) 캔버스의 두께가 없다. 그렇다면 그것은 ‘초록 노랑’ 그림이 ‘평면’이라는 것을 폭로하는 것이 아닌가? 박경진의 답변이다.

“이 작품은 작화 노동자가 세트 벽에 초록색의 칠하고 있는 풍경입니다. 화면을 재구성하고 그리는 과정에서 가벽의 두께를 삭제하였습니다. 세트장 풍경이 제게는 일상적인 풍경이지만 비현실적으로 구성된 세트가 많았기에 그림 속 풍경 또한 중력과 현실성이 작동하는 공간으로 구현될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를 반영하기 위해 가벽이지만 가벽 같지 않은 비현실적인 풍경처럼 보이게 의도하였습니다.”

자, 이번에는 박경진의 <초록 덩어리>를 보자. 그것은 작업자가 실내 공간 전체(벽면들과 바닥)에 초록색으로 칠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것은 ‘초록 모노크롬’ 그림 안에 작가가 들어가 있는 셈이다. 그런데 그의 <초록 덩어리>는 벽에 초록색을 칠하는 작업자가 마치 초록 벽에 파묻혀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초록 벽>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간 작품으로 보인다. 박경진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이 작품은 실제 세트의 풍경과는 다르게 구현된 그림입니다. 화면구성 당시에는 녹슨 철제 컨테이너 벽에 부분 부분에 파란색 칠을 하는 풍경이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조형성에 변화를 주기 위해 녹슨 갈색의 부분들을 인물의 옷 색과 어울리는 초록색으로 다시 덮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처음에 의도했던 구성과 달라지는 연출이 되었고, 배경에 초록색을 칠하며 화면과 싸우는 몰입의 시간이 즐거웠던 작업입니다. 그래서 저를 곤란하게 만들고 즐거움을 줬던 초록 물감을 ‘초록 덩어리’로 작명했습니다. 화면에 연출된 서사와 무관한 그리는 과정에서의 제 행위에 초점이 맞춰진 제목입니다. 물론 그림 속에 초록색의 덩어리/면/색/붓질들이 있기에 저의 행위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림이 주는 정보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건조한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록 벽 Green Wall_oil on canvas_162.2x130.3cm. 2022

마지막으로 박경진의 <초록 벽>을 보도록 하자. 그것은 제목 그대로 작업자가 ‘초록 벽’ 작업하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그림에서 작업자와 화면 상단의 천장만 없다면, 그 그림은 영락없는 ‘그린 모노크롬’으로 보여질 것 같다. 그렇다면 그의 <초록 벽>은 기존 ‘단색화’에 인물을 개입시켜 ‘딴지’를 걸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 그의 답변이다.

“연출된 화면이 위/아래가 있음을 알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를 주고 거대한 벽이 있음을 강조하고자 의도하였습니다. 그리고 비현실적인 풍경 연출이 가능하면서도 실존적인 현장성을 끝까지 부여잡고 싶은 태도의 반영이었습니다. 세트장은 저에게 비현실적이면서도 삶의 현장이자 반복되는 일상의 공간이었습니다.”

박경진의 ‘색, 빛’ 시리즈

박경진은 이번 갤러리 R의 개인전에 ‘색, 빛’ 시리즈 중에 한 점을 전시한다. 그의 <밤 조명 연구 I>(2020)이 그것이다. 그것은 어느 길가에 놓인 의자를 표현한 그림이다. 그는 산책을 즐긴다고 한다. 당시 그가 자주 산책하던 곳은 혜화동 길이라고 한다. 그는 혜화동 길목에 위치한 오래된 칼국수 집 문 옆에 있는 오래된 의자에 삘이 꽂혔다고 한다.


밤 조명 연구 I_oil on canvas_60.5x50cm. 2020

박경진은 의자의 앉는 부분을 누군가의 ‘흔적(얼룩)’으로 표현해 놓았다. 그는 그 흔적을 “바깥에 오래 놓여 있다 보니 빗물, 이슬과 함께 고이게 된 도시 먼지의 흔적/얼룩”이라고 말한다. 만약 내가 의자의 그림자를 참조한다면, 조명이 의자 반대편 위쪽에서 비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네? 그 조명은 길가의 가로등 불빛일 것 같다고요? 그의 답변이다.

“큰 길목에 놓여 있는 ‘의자’다 보니 여러 방향의 가로등 빛이 비춰지고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가로등이 의자 오른쪽 상단에서 비춰지고 있고, 먼 거리에 있는 가로등이 의자 좌측에 위치하고 있어 의자 오른편에 미세한 노랑 빛의 그림자가 있습니다.”

따라서 박경진의 <밤 조명 연구 I>은 밤의 가로등 조명을 받은 의자를 그린 그림인 셈이다. 와이? 왜 그는 길가의 의자를 통해 ‘밤 조명 연구’를 한 것일까? 문득 어두운 붉은 빛 무리 속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의 고독함을 표현한 그의 <붉은 빛>이 떠오른다. 그 점에 관해 그는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밤에 조명/가로등/빛에 의해 변화하는 풍경과 더불어 변화하는 감정을 화면에 담고 싶었습니다. 그림 속 화면에 보이는 건 색 조명의 빛무리이지만 더 나아가서 조명 빛에 의한 분위기, 정서, 감정이 발화되는 양상을 연구하고자 하였습니다. 색 조명에 의해 대상의 변화와 표현방식을 의식적으로 연구하고자 시도한 첫 작업이었습니다.”

박경진의 ‘색, 빛, 몸짓’ 시리즈

박경진은 이번 갤러리 R의 개인전에 ‘색, 빛, 몸짓’ 시리즈로 5점을 선보인다. 그의 <붉은 빛 몸짓 III>(2023)와 <초록 빛 몸짓 I>(2023) 그리고 <빨강 빛 몸짓>(2024)과 <푸른 빛 몸짓 I>(2024) 또한 <하얀 빛 몸짓 II>(2024)가 그것이다. 나는 여기서 그의 <초록 빛 몸짓 I>과 <빨강 빛 몸짓> 그리고 <푸른 빛 몸짓 I>만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겠다.


초록 빛 몸짓 I_oil on canvas_130.3x193.9cm. 2023

박경진의 <초록 빛 몸짓 I>은 두 손을 들고 춤을 추는 붉은 머리의 여자를 그린 그림이다. 그녀 밑에는 꽃무늬 부채들을 펼치고 있는 남자와 여자의 하체들이 보인다. 머시라? 당신 눈에 그것은 어느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고요? 뭬야? 자기 눈에는 그것이 선미의 뮤직비디오 <열이 올라요>의 한 장면을 그린 것이라고요?

박경진의 ‘현장’ 시리즈가 뮤직비디오나 영화의 세트 무대 뒷면에서 작업하는 작업자들을 주로 그렸다면, 그의 <초록 빛 몸짓 I>은 무대 정면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가수를 모델로 그린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와이? 왜 그는 무대 뒷면에서 정면으로 시선을 돌린 것일까? 그의 육성을 직접 들어보자.

“무대 뒤 편의 노동자들의 몸짓과 무대 위 퍼포먼스들의 몸짓의 차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관심 갖게 된 계기는 2020년부터 2021년도에 시도했던 회화설치작업을 배경으로 인물들을 위치시켜놓고, 그 다음 색 조명을 비춰 공간에 변화를 준 다음에 그 풍경을 그렸던 그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색 조명에 의해 그림 화면의 전체에 영향을 주는 색 톤과 인물들의 몸짓에서 발화되는 서사가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서사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가능성과 동시에 감정을 유발/운동시키는 가능성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그러한 연출을 작업실에서 시도하던 중에 음악방송을 유튜브를 통해 보게 되었고, 제가 원했던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연출하는 것에는 자본, 퍼포머, 조명, 공간, 소품, 의상 등의 많은 한계가 있었지만, 음악방송 무대 위에는 모든 것이 과할 정도로 충분했습니다. 음악방송 무대 위 퍼포머들의 몸짓은 훈련되고 규율된 몸짓으로 무대 뒤편 노동자들의 효율적이고 숙달된 몸짓과 차이가 있었습니다. 또한 무대 위에서의 몸짓이 자아내는 감정은 음악과 노래 가사에 따라 다채로운 서사와 맞물려 다양하면서도 폭발적이고 과잉된 감정들을 자아냈습니다. 반면에 무대 뒤에서 세트 노동자들의 일하고 있는 몸짓에는 거대한 세트 공간과 대비되어 전반적으로 고독한 감정만이 주로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이러한 차이점들을 분석하며 무대 위 풍경들을 관찰하고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당신이 선미의 뮤직비디오 <열이 올라요>를 본다면, 박경진의 <초록 빛 몸짓 I>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뮤직비디오에서 선미는 연한 녹색 의상을 입고 있는 반면, 박경진의 ‘선미’는 꽃무늬 옷을 입고 있다. 네? SBS 인기가요에서 방영한 선미의 <열이 올라요>를 유튜브로 보면, 선미가 꽃무늬 의상을 입고 출현한다고요? 헉! 그걸 놓쳤다.

박경진은 ‘선미’를 마치 한여름의 열기로 타오르는 꽃밭에서 탄생하는 여신처럼 표현해 놓았다. 따라서 그것은 일종의 ‘레트로-페인팅(retro-painting)’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그는 펼쳐진 부채에 그려진 그래픽 꽃무늬를 회화적으로 표현하고, 그 위에 가로 방향으로 마치 녹색 물결 같은 거대한 붓질을 그려놓았다. 따라서 그의 <초록 빛 몸짓 I>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점에 관해 박경진은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음악방송 무대는 시시각각 변화되는 색 조명과 무대 뒤에 설치된 거대한 LED 스크린에서 방영되는 영상이 계속해서 변화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트장의 특성과 맞물려 고정된 풍경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지양하고 추상성과 가변성을 반영하여 회화적 개입을 하는 것을 시도하였습니다. 무대 뒤편에서 사용하던 표현방식이 자연스레 무대 위 풍경의 초기작업에 반영되기도 하였습니다.”

나는 지나가면서 박경진이 ‘선미’를 마치 한여름의 열기로 타오르는 꽃밭에서 탄생하는 여신처럼 표현해 놓았다고 중얼거렸다. 머시라? 마치 한여름의 열기로 타오르는 꽃밭에서 탄생하는 여신처럼 표현한 것은 ‘선미’가 아니라 선미의 ‘몸짓’이라고요? 뭬야? 선미의 ‘몸짓’이 매혹적이라고요? 네? 작가가 말하는 ‘몸짓’은 무슨 뜻이냐고요? 그의 답변이다.

“무대 위 풍경에서 퍼포머들의 ‘몸짓’을 관찰하고 분석하면서 몇 가지 관심 사항으로 분류하였습니다. 첫째 이성/동성 관계 간의 성적 권력 양상을 유추할 수 있는 몸짓, 둘째 종교/신화 등의 고전 회화를 연상할 수 있는 퍼포머들의 무대 위 구성 방식 중에서도 퍼포머들이 아이돌을 중심으로 하여 중심과 주변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몸짓, 셋째 퍼포머가 과잉된 감정을 유발시키는 몸짓, 넷째 구체적인 서사를 알 수는 없지만 유추 가능한 서사가 발화되는 몸짓들로 구분하여 몸짓을 작업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저의 <초록 빛 몸짓 I>에서의 몸짓은 종교/신화 고전 회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몸짓을 반영한 작업입니다. 이 작품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떠올리며 장면을 포착하고 구성했습니다. 종교/신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고전 회화들은 중심과 주변으로 인물들을 위치시키며 극적이며 비현실적인 구성을 종종 사용합니다. K-POP 무대, 퍼포먼스 구성 또한 그러한 방식을 취하며, 느슨하고 유연한 인과관계의 조합으로 여러 나라의 문화적 상징/현상을 혼합하여 재구성하는 경우를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는 무대 구성과 더불어 퍼포머들의 몸짓에서 극적인 형태로 드러나며 이러한 현상을 작업에 반영하고자 ‘몸짓’이라 제목을 붙였습니다.”


왼쪽) 푸른 빛 몸짓 I_oil on canvas_227.3x181.8cm. 2024
오른쪽) 빨강 빛 몸짓_oil on canvas_259x194cm. 2024

이번에는 박경진의 <푸른 빛 몸짓 I>을 보도록 하자. 그것은 어느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 한 장면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화면 중앙에 회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두 팔을 벌리고 있고, 그의 주변에 남녀들이 마치 그를 떠받치는 것처럼 표현되어 있다. 네? 박경진의 <푸른 빛 몸짓 I>은 엑소 카이(EXO KAI)의 첫 솔로 앨범 타이틀 곡 <음(Mmmh)>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고요?

카이의 <음> 뮤직비디오를 보면 카이가 두 팔을 벌리고 있고, 남녀들이 그의 주변에서 그를 추앙하는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이 있다. 따라서 그것은 퍼포머들이 아이돌을 중심으로 하여 중심과 주변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몸짓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박경진은 그 퍼포머들의 몸짓을 어떤 종교/신화 등의 고전 회화를 연상하며 그린 것일까? 그의 답변을 들어보자.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루벤스(Peter Paul Rubens)의 <십자가를 세움(The Elevation of the Cross)>(1610-1611)과 같은 고전 회화에서 볼 수 있는 종교화의 형식과 유사한 장면을 포착하고 조합하여 재해석/재구성한 작품입니다. 죽음의 승화와 유사한 몸짓 또는 인간관계(연인, 가족, 친구, 동료 등)에서 비롯된 체념의 정서/감정을 반영하기 위한 시도로서 구성된 몸짓이었습니다.”

루벤스의 <십자가를 세움>은 세 폭짜리 제단화로, 중앙 패널은 예수가 못 박힌 십자가를 들어 올리는 장면, 왼쪽에는 예수를 따르는 이들의 모습, 오른쪽에는 로마군 장교와 죄수들을 그려놓았다. 그런데 박경진의 ‘카이를 세움’은 카이를 들어 올리는 두 남자 퍼포머와 카이를 따르는 여자 퍼포머들로 이루어져 있다.

루벤스의 <십자가를 세움>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와 그를 들어 올리고 있는 인물들을 사선적으로 구성한 반면, 박경진의 ‘카이를 세움’은 두 팔을 벌리고 있는 카이를 정면으로 그려놓았다. 따라서 루벤스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와 그를 들어 올리고 있는 인물들에게 역동적인 생동감을 부여하고자 했다면, 박경진은 ‘카이’의 숭고함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루벤스가 예수의 몸을 화면 중앙에 위치시키고 밝은 빛을 받는 것으로 표현해 놓았듯이, 박경진도 ‘카이’를 그림의 중앙에 위치시키고 밝은 빛을 받는 것으로 표현해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덧붙여 박경진은 ‘카이’의 머리 뒤에 ‘광배(光背)’를 그려놓아 성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면 박경진의 <푸른 빛 몸짓 I>은 ‘아이돌’을 신격화한 것이란 말인가? 그런데 ‘카이’ 좌/우의 퍼포머가 카이의 두 팔을 잡은 모습은 ‘체념의 정서/감정’으로도 느껴진다고요?

마지막으로 박경진의 <빨강 빛 몸짓>을 보도록 하자. 그것은 그의 <푸른 빛 몸짓 I>과 마찬가지로 어느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 한 장면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화면 중앙에 흰 원피를 입은 여자가 두 손을 들어 올리고 있고, 그녀의 주변에 검은 유니폼을 입은 여자들이 마치 그녀를 떠받치는 것처럼 표현되어 있다.

머시라? 박경진의 <빨강 빛 몸짓>은 블랙핑크(BLACKPINK) 지수의 <꽃>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을 참조한 것 같다고요? 그렇다! 그것은 지수의 <꽃> 지상파 공연의 한 장면을 재구성하여 그린 그림이다. 그것은 <푸른 빛 몸짓 I>처럼 퍼포머들이 아이돌을 중심으로 하여 중심과 주변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몸짓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박경진은 그 퍼포머들의 몸짓을 어떤 종교/신화 등의 고전 회화를 연상하며 그린 것일까? 그의 답변이다.

“이 작업은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의 <비너스의 탄생(The Birth of Venus)>(1485)과 연관지어 재해석/재구성한 몸짓을 반영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성/동성 간의 성적 권력 관계를 몸짓에 반영하였습니다. 이를 반영하기 위해 화면 중심에 있는 여성의 몸짓을 ‘어쩌라고’라는 의미로 해석/의도하며, 그에 맞게 과장된 몸짓과 강렬한 색상으로 작업을 제작했습니다. 한편으론 제 기억 속에 있는 사랑과 이별의 경험들에 대한 감정과 생각/상념들이 은연중에 반영되어 있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무대 위 풍경을 포착/수집하는 과정에서 저의 감정을 흔드는 풍경과 몸짓들을 가져오게 됩니다. 그 흔들리는 감정들은 저의 인간관계, 사회관계에서 비롯된 생각들에 기인한 것이고, 다양한 관계에서 비롯된 서사와 감정들을 작업에 반영하고자 하였습니다.”

박경진의 ‘색, 빛, 표정’ 시리즈

박경진은 이번 갤러리 R의 개인전에 ‘색, 빛, 표정’ 시리즈 중 <붉은 빛 표정>(2025) 한 점을 선보인다. 그것은 이전의 그림들과 달리 얼굴만 클로즈업해 그린 그림이다. 지그시 뜬 눈은 바로 우리(관객)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코 밑의 얼굴 부분은 빨강과 검정으로 은폐되어 있다. 그런 까닭에 그 표정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붉은 빛 표정_oil on canvas_72.7x60.6cm. 2025

뭬야? 그 얼굴은 남자의 얼굴인지 여자의 얼굴인지 헷갈린다고요? 네? 그것은 남자의 얼굴이라고요? 그 남자는 다름아닌 BTS 지민이라고요? 박경진의 <붉은 빛 표정>은 지민의 <라이크 크레이지(Like Crazy)> 뮤직비디오에서 한 장면을 클로즈업해 그린 것 같다고요? 박경진은 기존 작품들에서 인물의 얼굴을 붓질로 ‘지우기’했는데, 이번 ‘표정’ 시리즈는 얼굴의 표정을 드러내고 있다. 그 점에 관해 그는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무대 세트 뒤와 음악방송 무대 위 인물들의 얼굴을 뭉게거나 지움으로써 그림을 관람하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인물이자 감정이입을 하는 인물로서 기능하고자 하였습니다. 특정인의 초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감정이입에 방해가 되거나 그 인물만의 상황으로 그림의 서사가 종결되는 한계성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이돌과 같은 유명 특정인의 초상이 구체적으로 나타날 경우 그 인물의 이미지의 힘에 그림이 종속되는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생각의 연장선으로 캔버스 프레임 안에 아이돌의 얼굴을 확대하여 무대 위 색 조명/빛 무리에 의한 전체적인 색 톤의 변화와 진동하듯 뿌옇고 흐린 경계선의 붓질을 통해 특정 인물을 파악하기 쉽지 않게 표현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표정에 집중할 수 있게 의도하였고 표정에서 발화되는 다양한 서사와 정서에 관람자가 감정이입을 할 수 있도록 시도하였습니다. 이 그림의 표정에서는 저의 연애경험에서 비롯된 체념/실패/이별의 먹먹한/그리운 감정과 같은 표정으로 해석하였고 이를 반영하고자 의도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민’의 눈빛이 촉촉해 보인다고요? 머시라? 당신이 보기에 ‘지민’이 곧 울음을 터트릴 것 같다고요? 뭬야? 자기 눈에는 ‘지민’의 눈빛이 공허하게 느껴진다고요? 네? ‘지민’의 눈빛이 애절하게 보인다고요? 무엇인가를 미친 듯이 갈구하는 것 같다고요? 지민에게 <라이크 크레이지>를 물었다. 지민의 답변이다.

“타이틀곡이죠. 신스팝 멜로디가 쉽고 경쾌해서 재밌게 즐기실 수 있는 곡이지 않을까 합니다. 상처를 잊기 위해서 현실을 외면, 도피하는 감정을 그렸는데요. 영화 『라이크 크레이지』(2011)를 보고 영감을 얻었어요. 가사의 애절함을 전달하기 위해서 노래를 부를 때도 감정선에 신경을 썼죠.”

여러분이 더 잘 알 듯이 지민의 <라이크 크레이지>는 그의 첫 솔로 앨범 『페이스(FACE)』의 타이틀곡이다. 그래서 지민에게 이번에는 ‘페이스’에 대해 물었다. 지민의 육성을 직접 들어보자.

“페이스는 ‘얼굴’이라는 뜻과 함께 ‘직면하다’ ‘대면하다’ ‘마주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잖아요. 이 앨범을 통해 저를 직면하는 시간을 갖고 온전히 저를 마주하게 됐다는 의미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