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像/자화賞

초대작가 : 강진이 김상연 김성수 김 을 김주영 김태헌 김해민 김희진 도수진 박기원 박정기 박정용 복종순 손부남 손현수 안시형 이민정 이상홍 이유진 이인현 이현무 정석희 정주희 최상흠 탁영호 하봉호 허구영 홍명섭 총 28명

전시작품 : 평면 13점, 조각 2점, 사진 3점, 영상 4점, 오브제 3점, 텍스트 2점, 설치작품 2점, 천연염색 1점, 자수 1점

gallery R
서울특별시 성동구 광나루로 294 성동세무타워 B01호
TEL 02-6495-0001
e-mail galleryrkr@gmail.com

2026년 2월 7일 - 4월 11일

오프닝 : 2026년 2월 7일(토) 오후 3시-6시

전시오픈 :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픈시간 :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전시휴관 : 매주 일요일, 월요일

전시기획 : 갤러리 R 황영배 대표
전시연출 : 갤러리 R 류병학 객원큐레이터


자화像 자화賞_갤러리 R 전시광경. 2026

갤러리 R의 ‘자화像 자화賞’ 프로젝트를 축하하며
갤러리 R 대표 황영배

2022년 초 개관한 갤러리 R은 지난 4년간 서른다섯 작가분을 모시고 기획전시를 해왔습니다. 작년 봄, 저는 서유럽과 동유럽에 미술관을 탐방하는 중에 많은 작가가 평생에 한 번은 스스로의 모습을 작가 본인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해 왔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갤러리 R도 지난 4년간의 전시를 한 번 결산한다는 의미에서 작가분들에게 자화상을 한점씩 출품해달라고 부탁드렸고, 작가님들의 창작본능과 보이지 않는 경쟁의식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한 작품을 뽑아 상금을 수여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하였습니다.

다만, 작품 선정을 기존 심사위원 방식에서 탈피한 자화상 출품 작가들이 직접 동료들의 작품을 선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기로 했습니다. 가톨릭에서 추기경들이 교황을 선출하는 것처럼 갤러리 R 자화상 전시에서도 오직 작가들만이 투표를 통해서 한 작품을 선정하기로 기획해 보았습니다.

근대미술의 역사에서도 많은 작가가 살롱전과 낙선전을 통해서 세상에 본인들의 모습을 드러낸 것처럼 갤러리 R의 이번 자화상 전시도 작가들의 창작본능과 관객의 공감이 함께 어우러지는 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자화像 자화賞_갤러리 R 전시광경. 2026

갤러리 R 『자화像/자화賞』 비하인드 스토리

작년 7월 초 나는 갤러리 R 황영배 대표와 2026년 갤러리 R 전시에 관련하여 논의했다. 갤러리 R은 2021년 11월 공사를 시작하여 2022년 1월 15일 개관했다. 그리고 갤러리 R은 2022년 2월 5일 개관전 『R22』를 개최했다. 황 대표는 갤러리 R의 개관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갤러리 R은 저평가된 국내의 작가들 발굴 및 조명, 국제 미술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작가들 발굴 및 조명, 국제 미술시장 개척 및 진출을 지향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갤러리 R은 국내의 역량 있는 작가들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출판사 케이에이알(KAR)은 작가들의 작품세계로 한 걸음 더 들어갈 수 있는 일종의 ‘전자-도록(digital-catalogue)’을 발행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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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갤러리 R의 3가지 지향점을 위해 그동안 갤러리 R에서 13번의 개인전과 11번의 2인전을 기획했다. 물론 나는 인천의 차 스튜디오(CHA studio)와 대구의 을 갤러리(EUL gallery) 그리고 대전의 스페이스 테미(space TEMI)와 광주의 예술이 빽그라운드에서도 개인전과 그룹전을 기획했다. 내가 지난 5년간 기획한 전시회 작가들은 총 35명이었다.

나는 갤러리 R의 자회사인 출판사 KAR을 통해 그 35명의 작가의 작품세계로 한 걸음 더 들어갈 수 있는 ‘전자-도록’도 발행했다. 내가 지금까지 발행한 전자도록은 총 49권이다. 따라서 나는 갤러리 R이 국제 미술시장 개척 및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황 대표에게 2026년 후반기에 해외전시를 위한 그룹전 『KAR(Korea Art Revelation)』을 기획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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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는 나의 기획에 동의했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2026년 전반기 전시에 관해 물었다. 나는 2026년 4월 말에서 7월 말까지 갤러리 R에서 두 작가(김태헌, 도수진)의 개인전을 기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갤러리 R은 2026년 2월 초부터 4월 중순까지 빈 상태였다. 황 대표는 그 빈 기간에 ‘자화상(self-portrait)’ 전시를 기획하면 어떨지 나에게 물었다.

당시 황 대표는 유럽 미술관들을 방문하고 난 직후였다. 황 대표는 유럽 미술관들에서 적잖은 자화상을 보았다면서 나에게 오늘날도 작가들이 자화상 작업하는지 물었다. 나는 오늘날 작가들도 자화상 작업을 하지만 근대미술의 자화상과 개념이 다르다고 그에게 말했다.

황 대표는 갤러리 R에서 그동안 전시한 작가분들에게 ‘자화상’ 전시를 제안하면 어떤 반응이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나도 그 점이 궁금했다. 그래서 우리는 작가들에게 ‘자화상’ 전시를 제안해 보기로 했다. 나는 2025년 7월 9일(수) 갤러리 R 작가들 카톡 모임방인 단톡방에 ‘콘클라베(conclave)’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공고를 올렸다.


자화像 자화賞_갤러리 R 전시광경. 2026

콘클라베(conclave)

갤러리 R 황영배 대표가 2026년 첫 기획전으로 『콘클라베(conclave)』를 제안했습니다. 콘클라베(conclave)는 여러분이 더 잘 알듯이 가톨릭에서 교황을 선출하기 위하여 추기경들로 이루어진 선거인단과 그 선거를 하는 비밀회의를 뜻합니다.

어원은 '열쇠로 걸어 잠글 수 있는 방'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쿰 클라베'(cum clave)라고 합니다. 그것은 콘클라베가 진행되는 동안 추기경들이 있는 성당을 걸어 잠그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가톨릭의 종교지도자와 바티칸의 군주를 겸하는 교황은 80세 미만 추기경들로 구성된 선거인단 중에서 자서(自書) 투표로 선출합니다. 추기경들은 교황으로 뽑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자필로 써서 한 사람이 3분의 2 이상을 득표할 때까지 투표를 계속합니다.

갤러리 R의 기획전 『콘클라베』는 갤러리 R에서 그동안 전시했던 35분에게 ‘자화상(自畵像)’ 출품을 제안하는 전시입니다. ‘자화상’ 기획전에 참여하고 싶은 작가는 한 점의 자화상을 출품할 수 있습니다. 자화상은 드로잉에서부터 회화 그리고 조각(오브제)이나 사진 또한 영상이나 애니 등 표현방식에 제한이 없습니다.

선거인단은 자화상을 출품한 작가들로 이루어집니다. 선거인단(참여작가들)은 선정하고 싶은 (작품을 제작한) 작가의 이름을 갤러리 R 류병학 큐레이터의 개인 카톡(문자)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한 작가가 3분의 2 이상을 득표할 때까지 투표는 계속됩니다. 선정된 작품의 작가에게는 상금으로 이천만원을 수여합니다.

자화상 출품 마감은 2025년 12월 30일까지입니다. 전시는 2026년 2월 7일부터 4월 11일까지입니다. 첫 투표는 2월 14일입니다. 만약 첫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을 득표한 작가가 없을 경우 일주일 후인 2월 21일 두 번째 투표를 실시합니다. 매회 투표 결과는 갤러리 R 단톡방에 공지할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의 뜨거운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 갤러리 R 류병학 큐레이터


자화像 자화賞_갤러리 R 전시광경. 2026

‘자화상’ 전시 제안에 갤러리 R 작가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뜨거웠습니다.

손현수 “놀라운 기획입니다..!!”
허구영 “어쿠, 긴장되네요.”
강진이 “와...! 무더위로 지쳐있었는데 정신이 확 드는 멋진 기획이네요.”
김성수 “신선합니다.”
장지아 “아~ 빨리 자화상 그려야겠네요~”
김희진 “오~~ 멋져요.”
이유미 “작가들에게 긴장감을 주는 멋진 기획이십니다.”
손부남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시형 “내년에는 알바를 접어야겠군. 대표님을 향한 영원한 사랑.”


자화像 자화賞_갤러리 R 전시광경. 2026

작년 12월 30일 28분의 작가께서 자화상을 출품해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갤러리 R의 기획전 ‘자화상’에 작품을 출품해 주신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갤러리 R에 전시될 자화상은 회화에서부터 드로잉, 조각, 사진, 텍스트(단행본), 영상, 설치 등 다양합니다. 그리고 각 작가의 자화상들도 다양한 컨셉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나는 28분의 작가께서 작업한 자화상의 전시 타이틀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존 전시 타이틀 『콘클라베』는 심사방식에 방점을 둔 것이라 다양한 매체와 컨셉의 자화상들을 묶을 수 있는 용어로 무엇이 좋을지 고민되었다. 나는 지나가면서 오늘날 작가들의 자화상은 근대미술의 자화상과 개념이 다르다고 중얼거렸다.

만약 근대미술의 자화상이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Je pense, donc je suis)”라면, 오늘날의 자화상은 데카르트의 ‘코기토(Cogito)’를 전복한 자크 라캉(Jacques Lacan)의 ‘무의식(unconsciousness)’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라캉의 다음과 같은 텍스트를 전시 타이틀로 고려했다.

“나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존재한다.(je pense où je ne suis pas, donc je suis où je ne pense p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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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4일 ‘자화상’ 전시 작품 디피를 위해 박기원 & 이인현 작가께서 갤러리 R을 방문했다. 당시 이인현 작가는 나에게 전시 타이틀을 결정했는지 물었다. 나는 라캉의 텍스트를 영문(I think where I am not, therefore I am where I do not think)으로 표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인현 작가는 나에게 영문보다 원문인 불어로 표기하는 것을 제안했다. 그런데 갤러리 R 이사들은 포스터의 특성을 들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제목으로 작명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주었다. 우리는 전시 타이틀에 대해 서로 논의했다. 황 대표는 ‘자화상’이라는 용어가 들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갤러리 R 이사들은 황 대표의 말에 동의했다.

그래서 나는 갤러리 R 이사들에게 ‘자화상’ 상(賞) 이름을 무엇으로 했으면 좋을지 물었다. 나는 상금을 수여하는 사람의 이름을 딴 ‘황영배 상’이나 갤러리 R과 출판사 KAR을 운영하는 ㈜KAR의 이름을 내세운 ‘케이에이알 프라이즈(KAR Prize)’를 제안했다. 황 대표는 ‘자화상’과 한글 발음이 같은 ‘자화상(賞)’을 제안했다.

우리는 한글 발음은 같지만 ‘상’의 한자 표기가 다른 ‘자화像/자화賞’에 동의했다. 그래서 우리는 전시 주제인 ‘자화상(自畵像)’과 상의 이름인 ‘자화상(自畵賞)’을 따서 전시 타이틀을 『자화像/자화賞』으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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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R의 한원규 이사는 나에게 자화상 작품 1점 선정방식에 관해 물었다. 나는 선거인단(참여작가들)이 각자 선정하고 싶은 (작품을 제작한) 작가의 이름을 나의 개인 카톡(문자)으로 보내는 방식이 아닌 카톡의 투표방을 이용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그래서 우리는 갤러리 R 이름으로 카톡에 ‘자화상’ 투표방을 개설하기로 결정했다.

갤러리 R의 ‘자화상(自畵賞)’ 선정은 독특하다. 기존 상은 주최 측의 관계인이나 외부심사위원을 위촉하여 작품을 선정하는 반면, 갤러리 R의 ‘자화상’ 선정위원은 다름 아닌 출품 작가들로 구성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작가들로부터 선정된 작가(의 작품)는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어느 작가(의 작품)가 작가들로부터 3분의 2 이상을 득표를 받을지 자못 궁금하다.

“나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존재한다.”

나는 ‘자화상’을 생각하면서 문득 1933년 10월 『가톨릭청년』(통권 5호)에 발표한 이상의 시(詩) <거울>을 떠올렸다. 왜냐하면 ‘거울’이 ‘자화상’과 닮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상의 <거울>에서 ‘거울’을 ‘자화상’으로 다음과 같이 전이(transfert)시켜 보았다.

자화상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자화상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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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自畵像)은 문자 그대로 화가가 자신을 대상으로 그린 초상화를 뜻한다. 이를테면 자화상(self-portrait)은 화가가 그린 자기의 초상화를 의미한다고 말이다. 물론 자화상은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 그리고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제작된다. 나는 이곳에서 자화상을 언급하기 위해서라도 자화상의 근간이 되는 초상화를 먼저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초상화(portrait)의 어원은 라틴어 동사 ‘protraho’에서 파생된 단어라고 한다. protraho는 ‘~을 위하여’ ‘~의 앞으로’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접두사 pro-와 ‘끌다’ ‘끌어 당기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동사 traho가 합쳐진 것이다. 따라서 protraho는 ‘앞으로 끌다’ ‘앞으로 끌고 나오다’라는 뜻을 지닌다. 이를테면 protraho는 ‘어두운 곳에 있는 것을 밝은 곳으로 끌고 나오다’라는 의미에서 ‘밝히다’ ‘드러내다’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이다.

protraho에서 파생된 중세 프랑스어 동사 portraire는 ‘(잘 드러나도록) 그리다’ ‘(잘 드러나도록) 묘사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고, portraire의 수동태 과거분사 형태인 portrait는 명사로 변해 ‘그려진 것’ ‘묘사된 것’이라는 뜻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portrait에서 접두사 por-를 제외한 trait는 ‘특징’ ‘특성’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trait는 라틴어 동사 traho에서 파생된 단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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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단편적인 정보는 초상화가 얼굴의 ‘특징’을 ‘끌어낸 것’, 즉 얼굴의 특징이 잘 드러나도록 그린 것을 뜻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자화상은 영어로 ‘self-portrait’로 표기된다. 따라서 자화상은 ‘자아’라는 의미의 ‘self’와 초상화(portrait)가 합하여 이루어진 단어라고 할 수 있겠다. 말하자면 자화상은 자신의 얼굴 특징을 끄집어낸/밝히는 것이라고 말이다.

나는 ‘자화상’ 하면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의 <모피코트를 입은 자화상(Self-Portroit in a Fur-Collared Robe)>(1500)과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의 <젊은 날의 자화상(self-portrait as a Young Man)>(1634) 그리고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의 <자화상(Autoportrait)>(1783)과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귀를 자른 자화상(self-portrait with Bandaged Ear)>(1889) 등이 떠오른다.

그리스도를 연상시킨다는 뒤러의 <모피코트를 입은 자화상>은 우리(관객)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머리카락은 어깨로 흘러내려 삼각형 구도를 드러낸다. 정면성과 삼각형 구도는 당시 종교화에서 인물의 위엄을 나타낼 때 사용한 도상이다. 그는 그림에 다음과 같은 텍스트를 적어놓았다.

“뉘른베르크 출신의 나, 알브레히트 뒤러가 불변의 색채로 28세의 나를 그리다(Albertus Durers Noricus / ipsum me propriis sic effin / gebam coloribus aetatis / anno XXV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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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와 목 보호용 갑옷인 고르게트(gorget)를 착용하고 있는 렘브란트의 <젊은 날의 자화상>은 오른쪽으로 고개를 약간 돌리고 있지만 두 눈은 관객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캔버스 앞에 왼쪽으로 비스듬히 서 있는 고야의 <자화상>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두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또한 귀를 감싸 턱 아래까지 이어진 붕대를 두른 반 고흐의 <귀를 자른 자화상>은 몸을 약간 오른쪽으로 돌리고 있지만 두 눈은 관객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면 중세와 르네상스 그리고 근대까지 제작된 자화상들은 화가의 자의식과 욕망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나는 들어가는 글에서 그 점에 관해 다음과 같이 중얼거렸다.


자화像 자화賞_갤러리 R 전시광경. 2026

“만약 근대미술의 자화상이 르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면, 오늘날의 자화상은 데카르트의 ‘코기토(Cogito)’를 전복한 자크 라캉의 ‘무의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라캉의 다음과 같은 텍스트를 전시 타이틀로 고려했다. 나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존재한다.

데카르트는 『방법서설(Discours de la methode)』(1637)에서 여타의 지식이 상상에 의한 허구이거나 거짓 또는 오해라고 할지라도 이처럼 생각하는 자신이 어딘가에는 존재하여야 한다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이러한 진실을 발견한 바에 따라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명제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철학의 제1원리로 결정한다.

머시라? 당신은 대상을 바라보는 주체라고요? 뭬야? 자기는 세계를 관조하고 통제하는 ‘보는 자’라고요? 그런데 라깡은 데카르트가 도달한 명료하고 확신에 찬 의식이 무의식을 은폐하기 위한 방어 기제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를테면 데카르트에게 주체는 자신이 세계를 보는 주인이지만, 라깡은 데카르트의 주체를 응시(the gaze)에 의해 구성되는 객체(object)에 불과하다고 뒤집는다.


자화像 자화賞_갤러리 R 전시광경. 2026

만약 데카르트의 주체가 ‘나는 본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면, 라깡의 주체는 ‘나는 응시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주체는 스스로의 사유나 시선(the look)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응시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주체는 무엇인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보여짐을 당한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자화상은 억압된 응시의 귀환을 그린 것이란 말인가?


자화像 자화賞_갤러리 R 전시광경. 2026

새로운 미술 출판문화
스마트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전자-도록(digital-catalogue)’

출판사 KAR은 이번 갤러리 R의 기획전 『자화像/자화賞』을 위해 28분의 작가의 ‘자화상’과 ‘작가노트’ 그리고 미술평론가 류병학 씨의 테스트를 수록한 전자도록 『자화像/자화賞』을 발행했습니다. 출판사 KAR에서 발행한 전자도록은 온라인 서점들(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 리디북스, 밀리의 서재)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자화像/자화賞
엮은이 : 류병학
출판사 : 케이에이알(KAR)
발행일 : 2026년 1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