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놈과 놀子

김태헌 & 이상홍

gallery R
서울특별시 성동구 광나루로 294 성동세무타워 B01호
TEL : 02-6495-0001
e-mail : galleryrkr@gmail.com

2023년 11월 11일 - 12월 16일
작가와의 대화 : 2023년 11월 11일(토) 오후 3시

전시오픈 :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픈시간 :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전시휴관 : 매주 일요일, 월요일

김태헌 작가는 1993년 군사정권이 종말을 고하고 문민정부(文民政府)가 들어선 해에 삼정미술관에서 첫 개인전 『‘감춰진 역사’의 숨은그림찾기』를 개최한다. 1994년 그는 동아갤러리에서 열린 ‘평론가가 선정한 유망작가’ 『이 작가를 주목한다』에 심광현 미술평론가의 추천으로 선정된다.

1998년 그는 『공간의 파괴와 생성_성남과 분당 사이』(성곡미술관/내일의 작가)로 미술계에 주목받으면서 『민중미술 15년』(국립현대미술관), 『청계천 프로젝트』(서울시립미술관), 광주비엔날레, 『빅보이(BIG BOYS)』(Andrewshire Gallery, 미국 LA) 등 국내외 다양한 그룹전에 초대되었다.

그는 성곡미술관, 삼정미술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갤러리 피쉬, 갤러리 스케이프, 스페이스 몸 미술관, 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 갤러리 담 등에서 20여 차례의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그는 1999년과 2000년 지역신문인 ‘분당 뉴스’에 그림+글 형식의 ‘그림일기’를 연재한다. 그는 2007년 중앙일보 공지영 연재소설 『즐거운 나의 집』 그림 작업을 했으며, 경기일보에 『경기, 1번 국도를 가다』라는 타이틀로 그림/글을 연재하기도 했다. 그는 이미지와 텍스트로 이루어진 몇 권의 ‘아트북’도 발행했다.

『천지유정(天地有情)』(갤러리 피쉬. 2004), 『1번 국도(그림문자. 2004), 『김태헌 드로잉』(아르코미술관. 2006), 『그림 밖으로 걷다』(갤러리 스케이프. 2007), 『붕붕』(그림문자. 2010), 『검은 말』(TABLE STUDIO. 2010), 『빅보이』(UPSETPRESS/알마 출판사), 『연주야, 출근하지 마』(UPSETPRESS/알마 출판사), 『제화유언(諸畵有言)』(출판사 KAR, 2021)이 그것이다.

김태헌의 작품은 금호미술관, 성곡미술관, 부산민주기념관, 경기도미술관, 아라리오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국공립미술관과 사립미술관 그리고 개인 컬렉터들이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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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홍 작가는 2012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조형예술과 전문사를 졸업하고 ‘조형드로잉’이라는 무규칙 이종격투기 같은 작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질적인 것들의 접목에서 쉽게 발생하곤 하는 ‘소통의 화장 가능성’에 관심이 있다.

그는 한예종 예술사를 졸업하고 전문사를 입학 전해인 2007년 갤러리 킹의 기획공모에 당선되어 첫 개인전 『참 잘 했어요(Fantastic Job!)』를 개최한다. 그는 이후 신미술관, 프로젝트스페이스 우민, 비욘드아트스튜디오, 갤러리 175,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아트스페이스 빈공간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그는 2007년 서울드로잉클럽 결성 후 현재까지 기획, 전시, 출판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2008년 현대갤러리 윈도우의 『맏이로태어나서할일무척이나도많다만』을 시작으로 일명 ‘드로잉 프로젝트’를 지속하고 있다.

그는 2011년 2인 극단 ‘두비춤’ 창단에 참여해 그해 나무와 물 소극장에서 작품 <청혼>과 스페이스111에서 작품 <숲속으로>에 연극배우로 참여한다. 그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 극단 ‘두비춤’의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12년부터 특정 소규모를 위한 문화공간 <홍살롱>을 운영하고 있다. 예술 장르 간 경계를 의도적으로 무너뜨리면서 활동하고자 연극과 음악 등의 장르에 지속적으로 ‘조형드로잉’을 들이대며 보기 드문 방식으로 소통을 꾀하고 있다.

그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문화재단 서울연극센터 웹진 『연극인』에 <이상홍의 연극 그리기>를 연재하였고,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대학로 <연건당> 윈도우프로젝트 전시기획을 하였다. 그는 오카다 도시키의 『우리에게 허락된 특별한 시간의 끝』(알마출판사. 2016)과 『비교적 낙관적인 케이스』(알마출판사. 2017)에 그림을 그렸다.

그는 2018년 제주시 <예술공간 이아>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선정되어 일명 ‘제주도시대’를 시작한다. 그는 서귀포시 <재미진 학교>와 <누구나 센터>에서 그림 모임을 진행하고, 제주시 원도심 복합문화공간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을 만들고 <이 작가와 끼니> 그리고 <그때 그냥 제주> 드로잉 작업 중이다.

이상홍의 작품은 우민미술관과 개인 컬렉터들이 소장하고 있다.


이상홍_ghost_Acrylic on canvas_8 piece. 2023

별놈과 놀子

별놈과 놀子? ‘별놈’은 이상홍 작가의 호(號)라면, ‘놀子’는 김태헌 작가의 호이다. ‘호’는 보모나 스승 혹은 친구 등이 지어주지만 본인 스스로 짓는 경우도 적잖다. 그리고 ‘호’는 그 사람의 취미나 성격 그리고 능력 등을 반영한다고 한다. 이상홍의 ‘별놈’과 김태헌의 ‘놀子’는 본인들이 지은 호다.

그러면 이상홍의 ‘별놈’은 무엇을 반영한 것일까? 머시라? 유머 크리에이터 3인조(나선욱, 황인심, 장영호) 개그 채널 ‘별놈들’이 생각난다고요? 3인조 ‘별놈들’은 ‘별이 될 놈들’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별놈들은 2017년 방귀 소리를 이용한 엘리베이터 몰래카메라! 영상으로 유튜브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상홍의 ‘별놈’은 2013년에 출연한다. 물론 그는 2006년 30살 생일날 스스로에게 선물한 몽블랑 만년필로 일명 ‘아버지를 위한 드로잉’이라는 제목으로 검은 별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의 ‘별놈’은 푸른 별이다. 그는 ‘별놈’을 ‘별난놈’과 ‘별+놈’을 접목한 구시대에 대항하려는 새로운 별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저는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던 별 받기를 거부하고 새로운 별을 제안한다는 마음으로 별놈을 탄생시켰습니다.”

자, 이제 김태헌의 ‘놀子’를 보자. 뭬야? 노자(老子), 장자(莊子), 공자(孔子)가 떠오른다고요? 춘추전국시대 사상가들은 성씨 뒤의 이름을 ‘子’로 표기했다. 와이? 왜 그들은 이름을 ‘子’로 표기한 것일까? ‘子’는 원래 왕의 아들을 의미했다고 한다. 하지만 ‘子’는 춘추전국 시대에 와서 어느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위대한 사람에게 붙이는 존경의 의미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태헌은 ‘놀子’를 “요기조기 세상 기웃거리며 말 걸고, 웃고, 떠들고, 딴죽 걸며 붕붕 날아다니며 잘 노는 놈”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는 ‘놀子’의 의미를 일종의 ‘희망 사항’이라고 덧붙인다. 그의 ‘놀子’는 2005년 등장한다. ‘놀子’는 『장자』에 나오는 ‘붕새’처럼 하늘을 날아다닌다. 그리고 ‘놀子’는 손오공이 붕붕 타고 다니던 근두운을 빌려 타고 세상만사에 딴지를 건다.

김태헌과 이상홍은 2002년 한예종에서 선생과 학생으로 만났다. 그들은 2008년 홍대 사다리 카페에서 열린 서울드로잉클럽의 그룹전에서 작가로 만난다. 이번 갤러리 R의 김태헌 & 이상홍의 『별놈과 놀子』는 처음으로 두 작가가 만나 호흡을 맞추는 2인전이다. 자, 여러분을 별놈과 놀子의 별(別)난 세계에 초대한다.

이상홍의 ‘몽블랑만년필’과 ‘별놈’

당신이 갤러리 R로 들어서면 ‘별천지’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상홍은 전시장 우측 벽면에 10미터의 거대한 종이에 별들을 그린 일명 ‘두루마리 그림’을 설치해 놓았고, 그는 좌측 벽면에 다양한 오브제와 함께 별들로 빼꼭하게 연출해 놓았다. 전자는 몽블랑만년필로 그린 신작이고, 후자는 2006년부터 2023년까지 몽블랑만년필과 아크릴물감 그리고 오브제로 작업한 별 작품들이다. 따라서 당신이 그의 별 작품들로 한 걸음 들어가려면 몽블랑만년필을 관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별놈과 놀子 : 김태헌 & 이상홍 2인전_갤러리 R. 2023

이상홍은 2006년 30살 생일날 자신에게 몽블랑만년필을 선물한다. 와이? 왜 그는 스스로에게 몽블랑만년필을 선물한 것일까? 만약 당신이 그것을 알고 싶다면 그의 중딩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그는 열여섯 중딩 졸업선물로 몽블랑만년필을 갖고 싶었단다. 그래서 그는 그간 모았던 용돈을 다 털어보았다. 당시 그가 모았던 용돈은 300달러 몽블랑만년필을 살 수 있는 돈이었단다. 하지만 열여섯 중딩이 소비하기에 큰 액수여서 아버지에게 동의를 얻고자 몽블랑만년필 구입 건을 여쭈었다. 그의 아버지는 허허허 웃으시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단다.

“중3 아들이 몽블랑만년필을 쓰면 그 애 아버진 어떤 만년필을 써야 하는 거냐?”

중딩 이상홍은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다음과 같이 독백했단다. ‘이 세상에는 그저 돈이 있다고 사서 쓰면 다 되는 일이 아닌 것도 있나보구나.’ 그 후 이상홍은 서른 생일을 앞둔 어느 날 자신이 그동안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자축하는 의미로 몽블랑만년필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단다. 그는 서른 살 생일 기념으로 생애 첫 몽블랑만년필 두 자루를 구입했단다. 그는 한 자루를 아버지께 선물해 드리면서 14년 전의 이야기를 전해 드렸단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그날의 이야기를 기억하시지 못하셨단다. 그래서 그는 몽블랑만년필로 <아버지를 위한 드로잉> 시리즈를 시작하게 되었단다.


이상홍_별놈 시리즈. 2006-2023

머시라? 이상홍 작가는 몽블랑만년필을 몇 자루나 갖고 있느냐고요? 내가 알고 있기로 여섯 자루이다. 지나가면서 중얼거렸듯이 그는 서른 살 자축기념으로 300불을 주고 P145(F)를 샀다. 그는 그것으로 그린 그림을 팔아 600불을 주고 P146(M)을 샀다. 그는 P146(M)으로 그린 그림을 팔아 1000불을 주고 149(BB)를 사서 그린 그림을 팔아 80만원을 주고 2001년 작가스페셜찰스디킨스(M) 샀단다. 엄마와 짝꿍이 생일선물로 사주신 2013년 작가스페셜오노레드발자크(M), 우리에게 허락된 특별한 시간의 끝 드로잉 계약금으로 몽블랑 110주년기념 헤리티지루즈앤느와코랄2016년(M)을 샀단다.

현재 이상홍은 6자루의 몽블랑만년필로 ‘조형드로잉’을 하고 있다. 뭬야? 이상홍의 ‘조형드로잉’에 그려진 ‘별’은 무엇을 뜻하느냐고요? 난 지나가면서 ‘이상홍이 서른이 될 때까지 자신이 잘 살아왔다’고 중얼거렸다. 그는 20살이 될 때까지 일명 ‘범생이’였단다. 그래서 그의 서랍에는 ‘빨간 별(참 잘했어요)’들로 가득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서랍을 열어보니 ‘빨간 별’들이 모조리 ‘검정 별’로 변화되었단다. 와이? 왜 ‘빨강 별’이 ‘검정 별’로 전이된 것일까? 2007년 이상홍은 갤러리 킹에서 첫 개인전 『참 잘했어요(Fantastic Job)』를 개최한다. 당시 그는 작가노트에 ‘참 잘했어요’를 다음과 같이 적었다.

“어릴 적 작가에게 별은 반공 포스터에 그려진 북한군의 빨간 별로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선생님이 그려주던 받고 싶은 별이기도 하였다. 두려움의 별은 미군에 의해 떨쳐 졌고 선생님의 별은 사회가 제시한 올바른 규범들에 의해 그려졌다. 그러나 주입된 이데올로기가 무참히 무너져 내리고 있는 지금, 과거의 별들은 모순적 상황들로 작가를 찌르고 있다.”

이상홍_별세우기_Ink on paper_140x1000. 2023

왜 이상홍이 ‘(검정)별’을 그리게 되었는지 감 잡으셨죠? 2006년 탄생한 그의 ‘검정 별’은 2013년 ‘파랑 별’로 변신한다. 와이? 왜 그는 ‘검정 별’을 ‘파랑 별’로 전이시킨 것일까? 그의 ‘파란 별’을 언급하기 위해서라도 파랑색과 관련된 그의 ‘파랑 색종이’를 먼저 언급해야만 할 것 같다. 2011년 이상홍은 신미술관의 개인전 『문방구 앞에서』를 열었다. 당시 그가 전시했던 작품들 중에 색종이로 작업한 <내가뺏은파란색종이>(2011)란 작품이 있다. 그는 그 작품에 대해 작가노트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초딩 당시 문방구에선 여러 장 한 묶음에 50원 100원 200원 하는 세 종류의 색종이를 판매하였다. 단면에만 색이 들어간 100원짜리 색종이가 일반형이라면 양면에 빳빳하게 색이 얹어진 200원짜리는 고급형이었고 100원짜리에 비해 크기가 작은 50원짜리는 전반적으로 칙칙한 색을 가지고 있었다. 색종이 준비물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반 아이들의 조금씩 다르고 다른 파란 색종이를 한 장씩 두 장씩 뺏거나 얻거나 했던 기억이 난다.”

와이? 왜 초딩 이상홍은 ‘파란 색종이’에 집착한 것일까? 파란색은 그에게 일종의 ‘희망’을 상징한단다. 자, 이제 ‘파랑 별’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시겠죠? 네? 이상홍의 ‘조형드로잉’에 그려진 ‘파란색 구름’은 무엇으로 그린 것이냐고요? 당근 몽블랑만년필이다. 그는 몽블랑만년필로 마치 엄마가 한땀 한땀 수를 놓듯이 일일이 선들을 그어 ‘파란색 구름’과 ‘파란색 별’을 표현해 놓았다. 그런데 당신이 직접 눈으로 보시면 아시겠지만 몽블랑만년필로 그린 그의 ‘파란색 구름’이나 ‘파란색 별’의 밀도감이 장난 아니다.

머시라? 이상홍의 작품 제목들 중 <라라랜드를위한나라는없다>는 무슨 뜻이냐고요? 그의 <라라랜드를위한나라는없다>는 두 개의 영화를 보고 작명한 것이란다. 데이미언 셔젤(Damien Sayre Chazelle) 감독의 영화 『라라랜드(La-La-Land)』(2016)와 조엘 코언(Joel Daniel Coen) & 에단 코언(Ethan Jesse Coen) 감독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2007)가 그것이다.

뭬야? 왜 이상홍은 작품 제목에서 띄어쓰기를 무시했느냐고요? 왜일까? 나도 궁금했다. 영화 『라라랜드』 국내 배급사는 보도자료에서 ‘라라랜드’를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들의 도시”로 썼다. ‘라라랜드’는 ‘꿈의 나라’ 혹은 ‘비현실적인 세계’를 뜻한다. 그리고 영화산업과 관련해 헐리우드(Hollywood)나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그리고 ‘남캘리포니아’를 일컫기도 한단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이상홍의 ‘라라랜드’는 국경이 없는 곳이다. 왜냐하면 라라랜드를 위한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덧붙여 이상홍의 ‘라라랜드’는 누구나 평등한 곳이다. 왜냐하면 그는 ‘라라랜드를위한나라는없다’에 띄어쓰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상홍의 ‘라라랜드’는 국가도 없고, 전쟁도 없고, 이념도 없고, 계급도 없고, 학교도 없고, 사유재산도 없는 누구나 평등한 세상이 아닌가?

이상홍은 최근 몽블랑만년필로 파란색 별을 넘어 보라색 별과 갈색 별 그리고 초록색 별도 그리고 있다. 네? 그의 ‘별놈’은 어떻게 탄생한 것이냐고요? 나는 지나가면서 이상홍이 2013년 ‘검정 별’을 ‘파랑 별’로 변신시킨다고 중얼거렸다. 당시 그는 몽블랑만년필로 파란색 별을 그리고 그 아래 튼튼한 두 다리를 그려놓아 ‘별놈’을 탄생시킨다. 그렇다면 그의 ’별놈‘은 새로운 별, 즉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별난 놈’이 아닌가?

김태헌의 ‘마당’과 ‘놀子’

김태헌은 이번 갤러리 R의 2인전에 120점으로 구성된 대작 <마당의 시간>(2022)과 60점으로 이루어진 대작 <마당의 시간>(2022) 그리고 10점으로 전개되는 <마당의 노래>(2022) 또한 <붕붕-맨드라미>(2022)와 <마당에서~>(2022-2023) 시리즈를 선보인다. 그는 그 신작들을 일명 ‘마당드로잉’이라고 부른다. 그의 ‘마당드로잉’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마당’과 관련된 작품이라는 것을 감 잡을 수 있다.

김태헌_마당의 시간_혼합재료_384×145cm. 2022

김태헌은 서울 봉천동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내고 성남 구시가지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는 ‘마당 있는 집’에서 강아지 한 마리 키우는 꿈을 가지고 있었단다. 20년 전 그의 꿈은 현실이 된다. 그는 경기도 광주 무갑산 아래에 마당이 있는 집을 짓는다. 내가 방문한 그의 집 마당은 잘 관리된 잔디와 꽃들로 가득했다. 물론 지금의 마당이 되기까지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한다.

마당이 있는 집에 사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마당 관리가 장난 아니다. 나는 한때 산 중턱에 위치한 마당이 있는 친구의 집에서 몇 년간 거주한 적이 있다. 친구는 흙이 좋아 마당에 돌이나 시멘트를 바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라나는 잡초(雜草)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결국 친구는 마당 일부에 돌들을 깔았다. 하지만 돌들을 제외한 땅에서 잡초는 쑥쑥 자랐다. 친구와 나는 아침마다 잡초를 제거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김태헌_마당의 시간_혼합재료_145×192cm. 2022

그런데 어느 날 나는 잡초를 제거하다가 잡초를 관찰하게 되었다. 이를테면 나는 잡초를 제거의 대상에서 관찰의 대상으로 보았다고 말이다. 나는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다양한 풀에 빠졌다. 그리고 나는 저절로 자라서 파는 야생화(野生花)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김태헌은 처음 마당을 조성할 때 산에서 가져온 야생화를 심었다고 한다. 그는 마당에 자라나는 들꽃들을 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드로잉을 한다. 그는 이번 갤러리 R에 선보이는 ‘마당드로잉’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당은 나에게 늘 새로운 무언가를 들려주는 이야기꾼이다. 가끔 삶의 지혜까지 알려주기도 하니, 마당은 말벗이자 스승이다. 정말이지 오랜 시간 ‘마당쌤’에게 많은 걸 배웠다. 급한 내 성질을 잘 아는 마당쌤은 나의 잡생각까지도 인내를 갖고 들어주었다. 아! 그렇게 놀다가 팬데믹이 지구를 덮쳤다. 불안한 세상에 밖으로 나갈 일은 더 줄고 대신 마당만 멍하니 바라보는 일이 더 많아졌다. 그러다 문득 마당에 난 잡초를 보다가 내 그림에 잡초가 자라는 걸 상상했고, 결국 오래전에 그려놓았던 작은 그림을 하나씩 꺼내 그 위에 풀을 그리기 시작했다.”

김태헌_마당의 노래_FABRIANO紙에 과슈 아크릴릭_56×77cm(10 piece). 2022

뽀리뱅이, 기린초, 능소화, 괭이밥, 바래기풀, 머위, 쇠뜨기, 민들레, 고광나무, 부추, 모과, 금낭화, 토마토, 골담초, 장미, 매발톱, 국화, 콩, 참나물, 질경이, 관중, 돌나물, 담쟁이, 토끼풀, 잔대, 범부채, 어리연, 가지, 생강나무, 망아지풀, 지칭개, 솜방망이, 대추, 수국백당, 샐러리, 분꽃, 포도, 맨드라미, 호두나무, 할미꽃, 복자개, 오이, 매화, 쇠비름, 원추리, 배나무, 장구채, 돌단풍, 기린초, 동자꽃, 둥글레, 제비꽃, 노간주, 옥잠화, 씀바귀, 과꽃, 앵초, 앵두, 붓꽃, 접시꽃....

위 다양한 식물은 김태헌의 ‘마당’에 있는 식물들이다. 그리고 그 식물들은 ‘마당드로잉’에 그려진 것들이기도 하다. 물론 그의 ‘마당드로잉’에는 식물들만 그려져 있지는 않다. 그는 식물과 함께 새와 사슴 그리고 물고기와 말 또한 곰과 코끼리뿐만 아니라 집과 사람들도 그려놓았다. 머시라? 오리와 악어 그리고 낙타와 기괴한 동물들도 있다고요? 뭬야? 비행기와 군인들 그리고 기괴한 인물들도 있다고요?

여기서 말하는 ‘기괴한 동물’과 ‘기괴한 인물’은 아직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마치 ‘잡초’처럼 아직 이름 없는 기이한 동물과 괴상한 인물을 뜻한다. 김태헌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식물들과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동물과 인물을 한 무대(화폭)에 출연시켜 미스터리(mystery) 같은 세계를 탄생시킨다. 그는 그 점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새벽 2시가 되어야 잠을 자는 나는 자주 마당으로 나가 깊은 새벽공기 속 칠흑 같은 숲을 바라본다. 어쩌다 바람이라도 불면 잠자던 정령이 깨어나 내게 말을 걸어오는데, 이때 나는 실제인 양 신비로운 경험을 한다.”


김태헌_붕붕-맨드라미_캔버스에 과슈 아크릴릭_72×91cm. 2022

네? 김태헌의 구체적인 작품을 사례로 들어 언급해 달라고요? 김태헌의 <붕붕-맨드라미>(2022)는 캔버스에 과슈 아크릴물감으로 맨드라미와 꽃들에 부엉이와 동물들의 탈을 쓴 인물들을 그린 그림이다. 그런데 동물들의 탈을 쓴 인물들의 행동은 도저히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일종의 이상야릇한 ‘사건’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나는 괴기스럽고 비밀스러운 사건을 추리해 나갈수록 미궁에 빠진다.


김태헌_마당의 노래_FABRIANO紙에 과슈 아크릴릭_56×77cm. 2022

머시라? 김태헌의 ‘마당드로잉’에서 인물들을 보면 주로 남자들이 등장한다고요? 뭬야? 그의 작품들에 여자를 캐스팅한 작품들도 있다고요? 그의 <마당의 노래>(2022) 시리즈 중에 울창한 숲속에 서 있는 소녀의 뒷모습을 그린 그림과 그의 <마당에서-영희도 놀자>(2022)에도 여자(영희)가 등장한다. 숲속에 서 있는 소녀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소녀는 깊은 새벽공기 속 칠흑 같은 숲을 바라보고 있다. 네? 잠자던 정령이 깨어나 소녀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 같다고요?


김태헌_마당에서-영희도 놀자_캔버스에 과슈 아크릴릭_38×45.5cm. 2022

머시라? 당신은 김태헌의 <마당에서-영희도 놀자>를 보면서 황동혁 크리에이터의 스릴러물 『오징어 게임』(2021)을 떠올린다고요? 그렇다! 그의 그림에 그려진 영희는 『오징어 게임』의 서바이벌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 등장하는 술래 인형과 닮았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참가자는 술래 인형에게 걸리면 설치된 센트리 건으로 바로 사살되면서 탈락한다. 뭬야? 그런데 김태헌의 영희는 파란 풀들과 흰 꽃들 뒤에서 청순한 얼굴로 두 눈을 뜨고 우리(관객)를 주시하고 있어 섬뜩하게 느껴진다고요?

네? 그렇다면 김태헌의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이미지들은 ‘놀子’가 아닌가? 그는 ‘놀子’를 “요기조기 세상 기웃거리며 말 걸고, 웃고, 떠들고, 딴죽 걸며 붕붕 날아다니며 잘 노는 놈”이라고 말한다. 네? 그래서 그의 ‘놀子’가 『장자』에 나오는 ‘붕새’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이냐고요? 그러면 그의 ‘놀子’는 손오공의 근두운을 빌려 타고 세상만사에 딴지를 걸고 있는 것이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