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game / level-logy

차 스튜디오 기획전 홍명섭 개인전

레벨-게임/레벨-로지(level-game/level-logy)

차 스튜디오 CHA studio (박기원 대표)는 지난 202181일부터 831일까지 개관전으로 박기원 & 이인현 2인전인 박기원이 이인현을 만났을 때 개최했습니다. 이후 차 스튜디오는 4차례의 기획전을 개최하였습니다. 

차 스튜디오는 2022년 첫 기획전으로 청주시립미술관의 관장이셨던 홍명섭 작가의 개인전 레벨-게임/레벨-로지(level-game/level-logy)31일부터 331일까지 개최할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깊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홍명섭(1948년생) 작가는 평양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에서 조소 전공으로 학사, 석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는 1990년 제44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에 초대받으면서 국내외 미술계에 주목을 받았습니다.

홍명섭은 199546회 베니스 비엔날레 기획전 ASIANA, 독일 슈투트가르트 펠바하 ‘95국제소형조각 트리엔날레, 폴란드 바르샤바의 아르스 폴로나 갤러리 2인전,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95 한국현대미술: , , ), 1997년 독일 퀠른 ’Pair‘, 독일 드레벤 국제 쿤스트 포름‘, ‘97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2000년 미디어 시티-서울, 부산 국제 아트페스티발(picaf), 2003년 이탈리아 사보나 비엔날레(biennale of ceramics in contemporary art), 2005년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2006년 스위스 빌 국제전(Fluid Artcanal International), 2007년 독일 대사우 ’rainbow mapping project‘, 2008년 부산비엔날레, 오스트리아 그라츠 ESC갤러리, 2009년 인천 국제 디지털아트페스티벌, 2012년 오스트리아 그라츠 Kunstbad ’FLOW‘, 세르비아 노비사드문화예술센터, 2016년 부산비엔날레 등 국내외 국제전에 초대되었습니다.

홍명섭은 한성대학교 예술대학 교수 그리고 청주시립미술관 관장으로 재직했으며, 미술비평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작가에 대한 다수의 비평문과 연구 논문 그리고 에세이 또한 단행본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의 저서로는 전환기의 현대미술(솔출판사, 1991), 미술과 비평사이(솔출판사, 1995), 현대미술의 기초개념(강성원 편집, 엔소로지, 1995), 현대철학의 예술적 사용(아트북스, 2017) 등이 있습니다.

홍명섭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포항시립미술관, 아르코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청주시립미술관 등 국공립미술관과 사립미술관인 호암미술관 그리고 개인 컬렉터들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오는 31일부터 331일까지 한 달간 차 스튜디오에서 개최될 홍명섭의 개인전 레벨-게임/레벨-로지(level-game/level-logy)는 류병학 독립큐레이터가 기획한 전시입니다. 홍명섭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 일명 레벨-게임/레벨-로지실내 버전 설치작품 1점과 그의 설치작품인 런닝 레일로드(running railroad)’에서 파생된 평면작품 6점을 전시합니다. 차 스튜디오는 이번 홍명섭 개인전을 아래와 같이 개최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전시제목 : 레벨-게임/레벨-로지(level-game/level-logy)

초대작가 : 홍명섭

전시작품 : 설치작품 1, 평면작품 6

전시기간 : 202231- 331

전시기획 : 갤러리 R 객원큐레이터 류병학

전시장소 : 차 스튜디오(CHA studio)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로15번길 58

오픈시간 : 매주 목, , , 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매주 월, , 수 휴관)




“level-game/level-logy” 실내 버전

코튼60x6, dimensions variable. 2022

기본적으로 “level(수평) casting” 개념 아래서 나타나는 creeping piece의 일종.

수평에의 의지 실험. 개념적 수평을 즉물적 사태로 인증해 내기. 수평과 중력의 관계. 바닥 구조의 수평의지를 무게화(무게 측량) 해 본다면.

실내 버전 ; 전시장 바닥에 물을 퍼 붙는다. 물은 금새 구겨져서 광목천으로 쏟아져 아래로 흘러내린다. 수평의 무게가 포말이 되어 중량으로 켜켜이 쌓인다.

수평이나 수직이란 결과적으로 하나로 귀결되는 것 아닌가. 수평감/수직감은 수직감/수평감 없이는 상호적으로 성립 되지 않는 현장이리라. 모든 낙하는 수평에의 의지를 반영하는 현장성을 보여준다.

가령 수직으로 쏟아지는 폭포를 보자. 수직 낙하하는 폭포수는 수평의 의지를 중력으로 보여주지 않는가. 쏟아지는 물길을 (아래서) 올려다보기/떨어지는 물길을 (위에서) 내려다보기라는 시점의 차이가 수평의지의 무게감을 달리 느끼시는지?

과정 작업 ; 광목 필을 둘러메고 정처 없이, 또는 목표한 길을 떠난다. 떠나는 길에, 가다가 만나는 정황(옥외 예 ; , 다리, 고목, 계곡, 빌딩 등 / 옥내 예 ; 방치된 방아간, 백화점 중정 등)에 따라 광목 필은 또 펼쳐지거나 던져지거나 드리워지기도 하면서, 거기에 하나의 다른 수평의 의지가 빚어내는 수직의 무게학이 구현되는 현장이 보고된다. 또 길을 간다. 또 하나의 발생적 차이가 만들어내는 이유를 찾아간다.

또는, 광목 필을 누군가에 빌려주기도 한다. 그가 어떤 발생적 차이라는 이유를 만들어내는 현장 조건으로.

나의 작업에서 ; 장소--현장이란,

미리 만들어 놓은(레디 메이드), 준비된 어떤 것이 아니고, 알고 있던 어떤 곳도 아닌 장소를 통한, 당시 맞춤형(커스텀 테일러같은)의 창출. 그것은 우발성과 생성과의 만남이 꿈틀대는 뒤집어진 이유/계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내 작업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현장이란,

n 만남이 이루어지는 장소/계기

n 만남을 경험케 할 장소/계기

n 만남을 목격케 할 장소/계기이기에

나에게서 현장은 삶의 현장, 소위 밥벌이하는, 노동하는 현장만이 현장이 아닌 것이다. 가령, 강의실이 때론 저항의 현장이듯이, 데리다 식 읽기또한 현장성을 띈다.

- 홍명섭 작가노트, 2022


홍명섭의 레벨-게임/레벨-로지(level-game/level-logy)’

관객이 차 스튜디오(CHA studio)에 들어서면 마치 폭포처럼 천장에서 흘러내린 거대한 광목천들을 만나게 된다. 따라서 관객은 거대한 설치작업에 압도당한다. 그것은 홍명섭의 신작 <레벨-게임/레벨-로지(level-game/level-logy)>(2022) 실내 버전이다


홍명섭_level-game/level-logy_cotton_110cmx54Mx6 fagot, dimensions variable. 2022


홍명섭_de·veloping the waterfall_cotton. 1978

 

홍명섭의 신작 <레벨-게임/레벨-로지>197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1978년 홍명섭은 계곡에서 천으로 일명 이라는 설치작업을 한다. 그는 긴 백색 천을 계곡의 위에서 밑으로 마치 폭포가 흘러내리는 것처럼 바위들 위에 설치해 놓았다. 그것은 일명 -폭포작업으로 불린다. 당시 그는 긴 천에 돌들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묶어 계곡의 위에서 밑으로 설치해 놓기도 했다.


홍명섭_de·veloping the waterfall_cotton cord. 1986


그로부터 8년 후인 1986년 홍명섭은 다시 계곡을 찾았다. 이번에 그는 일명 을 천이 아니라 노끈을 가지고 설치작업을 한다. 그는 노끈으로 계곡의 위에서 밑으로 마치 폭포가 흘러내리는 것처럼 바위들 위에 설치해 놓았다. 흥미롭게도 홍명섭은 일명 노끈-폭포에서 노끈을 마치 원고지처럼 제작해 놓았다. 1986년 그는 <de·veloping ; see through>라는 제목으로 자연이 아닌 실내 전시장에 거대한 바위를 옮겨놓고 원고지-노끈을 바위와 바닥에 설치해 놓았다.


홍명섭_de·veloping ; see through_cotton cord_400×1200cm. 1986

 

1987년 홍명섭은 <레벨-캐스팅>이라는 부제로 전시장 바닥에 리놀륨판(linoleum plate) 황동 막대(brass sticks)원고지형태를 만들어 놓았다. 따라서 홍명섭의 설치작품들은 수직에의 의지에 반()하는 일종의 수평에의 의지라고 할 수 있겠다. 1987년 그는 작업노트에 수평에의 의지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텍스트를 적었다.

물이 흐르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수평에의 의지를 가졌기 때문이리라. 말하자면, 물의 속성은 수평과 같은 고요함을 찾아서 흐르게 되어 있다. 나 또한 작업을 통해서 나의 예술적 번민과 욕구를 가라앉히는 수평적 평온을 찾고자 하였다. 나이 마흔 고개를 넘으며 돌아보건대, 내 작업은 내가 구현하려 하면 할수록 수평으로 가라앉고 위축되어서 마침내는 내 발 아래로 사라져가려 한다.”

2020년 홍명섭은 대구 을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에 거대한 전시장 바닥 형태를 따라 단 한 점의 설치작품을 설치해 놓았다. 그는 거대한 전시장 바닥에 500개의 리놀륨판들(linoleum plates) 스테인리스 스틸 막대들(stainless steel sticks)로 가로 5미터와 세로 5미터 10센티에 달하는 일종의 바닥을 만들어 놓았다.

홍명섭은 이 작품을 <레벨 캐스팅(level casting)>이라고 명명하고, 부제로 바닥이 되다(becoming a floor)’라고 붙였다. 따라서 관객은 그의 작품을 발로 밟을 수 있다. 그의 설치작품은 지나가면서 보았듯이 1987년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되었다. 이를테면 그는 리놀륨판과 황동 막대 혹은 리놀륨판과 스테인리스 스틸 막대로 전시장 특성에 맞추어 설치작업을 했다고 말이다.


홍명섭_level casting ; becoming a floor_stainless steel sticks, linoleum plates_500x510cm. 2020

 

홍명섭은 전시장 여기서 저기로,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조립하는 반복을 해오고 있다. 그는 같은 반복의 조립과 해체를 반복한다. 물론 그의 반복은 같은 반복이 아니라 장소의 차이로 인한 차이로서의 반복이다. 그것은 수평이라는 실제와 관념이 물질과 운동으로 지속(기억)되고 현현되는 반복. 같으면서도 같지 않은 반복이다. 따라서 그는 “‘자리 이동이야말로 나의 작업에서 설치 개념의 실천인 것이라고 진술한 것이다.

전통적인 조각(sculpture)은 흔히 3차원의 공간 속에 구체적인 물질로 구현된 입체(solid)로서 강하고 견고한 부피(volume)의 구성체를 뜻한다. ‘입체(solid)’3차원의 공간에서 여러 개의 평면이나 곡면으로 둘러싸인 부분 공간의 한정된 일부분으로 면으로 둘러싸인 것을 의미한다. 부피(volume)는 입체, 즉 넓이와 높이를 가진 3차원의 물체가 차지하는 공간의 크기를 뜻한다. 따라서 조각은 구체적인 물질을 소재로 하여 도구를 사용하여 3차원적 입체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3차원적 조각은 그림자를 가진다.

그런데 홍명섭은 그림자 없는(shadowless)’ 조각에 주목한다. 혹자는 전시장 바닥에 1cm 정도밖에 되지 않는 리놀륨판들과 스테인리스 스틸 막대들로 설치한 홍명섭의 일명 레벨-캐스팅조각(sculpture)’이 아니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물론 홍명섭의 그림자 없는조각이 단지 시각적인 측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그의 그림자 없는조각은 전통적인 조각에 문제 제기를 서서히 진행하는 조각(creeping pieces), 즉 일종의 토폴로지컬 조각(topological sculpture)’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홍명섭_level-game/level-logy_cotton_110cmx54Mx6 fagot, dimensions variable. 2022


,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원점? 차 스튜디오에 전시된 홍명섭의 설치작품 <레벨-게임/레벨-로지>(2022) 실내 버전 말이다. 그것은 지나가면서 보았듯이 1978년 계곡에서 천으로 설치한 홍명섭의 실내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홍명섭은 차 스튜디오에서 코튼(cotton) 60마를 가지고 설치작업을 한다. 한 마가 90cm이니 60마는 54미터가 되는 셈이다. 그는 폭 110cm와 길이 54미터의 광목천 6()을 가지고 2층 전시장 천장에서부터 1층 전시장 바닥으로 늘어뜨린다. 2층 천장에서 떨어진 광목천은 2층 전시장 바닥으로 떨어진 다음 1층을 향해 흘러내려 1층 전시장 바닥에 쌓인다.

우리는 흔히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물은 늘 수평을 찾아 흐른다고 말이다. 따라서 홍명섭의 설치작품 <레벨-게임/레벨-로지>수평에의 의지를 보여주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의 설치작품은 전시하는 장소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연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그의 설치작품들은 예술가의 창작 과정이 행해지는 사적 공간인 스튜디오가 아닌 작품이 설치되는 전시공간인 일명 포스트-스튜디오(post-studio)’ 작업이라고 말이다. 따라서 그의 설치작품들은 일정 기간 전시된 후 전시가 끝나면 해체된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이번 차 스튜디오에 전시된 홍명섭의 설치작품 <레벨-게임/레벨-로지> 역시 일정 기간 전시된 후 해체될 것이다.

홍명섭은 54미터 길이의 광목천 6필을 다시 둘둘 말아서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그곳이 꼭 전시공간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는 어느 건물 옥상이나 천고가 10미터에 달하는 백화점 천장에서 광목천들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그러면 같은 광목천들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렇다! 그의 <레벨-게임/레벨-로지>는 장소에 따라 형태가 변화하게 될 것이다.


홍명섭_running railroad_UV Print on stainless plate_1200x750mm. 2022


홍명섭의 토폴로지컬 레일(topological rail)’

홍명섭은 차 스튜디오의 벽면들에 일종의 토폴로지컬 평면작품’ 6점도 설치해 놓았다. 그것은 설치작품인 런닝 레일로드(running railroad)’에서 파생된 평면작품들이다. 1982년 홍명섭은 설치작품 런닝 레일로드를 대전문화원화랑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첫선을 보인다. 그것은 (14미터와 9미터 길이와 3미터 40센티의) 거대한 벽면과 전시장 바닥에 검정 마스킹 테이프(masking tape)로 작업한 공간작품이다. 따라서 관객은 작품 안에 위치하게 된다. 그는 이후 몇 차례 다른 전시공간들에서 공간에 적합한 설치작품 런닝 레일로드를 설치한다


홍명섭_running railroad_taping on the wall. installation view 2004

 

1998년 네덜란드의 슈테델릭 즈볼레 시립미술관(Stedeljjk Museum, Zwolle), 2004년 마로니에미술관(현 아르코미술관), 2009년 대전시립미술관, 2012년 세르비아의 노비사드 문화예술회관(NOVI SAD artcenter)과 서울의 OCI미술관, 2017년 대구 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의 설치작품 런닝 레일로드가 그것이다. 이런 단편적인 정보는 홍명섭의 토폴로지컬 평면작품이 설치작품 런닝 레일로드에서 파생된 평면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홍명섭_running railroad_taping on the wall, iron slippers. installation view 2017


이번 차 스튜디오에 전시된 홍명섭의 토폴로지컬 평면작품은 스테인리스강 강판(stainless plate) 위에 UV 프린트(UV Print)한 것이다. 날 것 그대로의 건물 벽면에 미끈한 스테인리스 강판에 검정 수직선들이 프린트되어 있다. 어느 수직선들은 위를 향하는가 하면 어느 수직선들은 아래를 향하고 있다. 그것은 50미터가 넘는 광목천들을 건물 천장에서 바닥으로 떨어뜨려 놓은 그의 설치작품 <레벨-게임/레벨-로지>를 닮았다. 말하자면 관객은 2층 천고에서 쏟아지는 광목천-물길1층 전시장에서 올려다보기도 하고 동시에 관객은 2층에서 1층으로 떨어지는 광목천-물길을 내려다본다고 말이다. 덧붙여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우리의 상상력을 풍요롭게 확장시키는 토폴로지컬 사유(topological thought)’를 제안한다. 왜냐하면 토폴로지컬 사유는 우리의 일상을 생소하고 신비한 세계로 안내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