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형 이야기

갤러리R 기획전 강진이 개인전 <나의 인형 이야기 : 나를 자라게 한 향기로운 순간들>

갤러리R(gallery R)은 지난 2월 5일부터 3월 6일까지 한 달간 개관전 를, 3월 19일부터 4월 10일까지 류제비 개인전 『꽃과 바람과 별 그리고 소년(FLOWER, WIND, STAR and BOY)』를, 4월 23일부터 5월 14일까지 박정기 개인전 『사기열전(詐欺列傳)』을 개최했습니다.
갤러리R(황영배 대표)는 오는 5월 28일부터 6월 18일까지 강진이 개인전 『나의 인형 이야기 : 나를 자라게 한 향기로운 순간들』을 개최합니다.

강진이 작가는 숙명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하였고, 현재 카톨릭 미술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서울 삼정아트스페이스와 가나아트스페이스를 비롯해 분당차병원, 서울 명동성당의 1898 갤러리, 성남 구미동성당 마리아 갤러리 그리고 디아트플랜트 요갤러리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하였습니다. 그리고 예술의전당을 비롯해 인사아트센터와 성남아트센터, 한국 카톨릭 미술가 협회전, 지난 3월 아산조방원미술관 외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습니다. 또한 2015년 삼성화재와 2020년 교보생명의 달력 제작에 참여하였고, 2016년 LG유플러스 광고에 그림작업이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2015년 저서 『너에게 행복을 줄게 (날마다 행복을 채집하는 엄마의 그림일기)』를 출간하였으며, 2016년 SNAB 성남미술은행에서 공모전에 입상하였고, 2017년부터 2019년에는 월간생활성서에 ‘소곤고곤 그리는 행복일기’라는 그림일기를 연재하였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LG유플러스 상암사옥과 SNAB 성남아트센터 미술은행에서, 그리고 다수의 개인이 소장 중입니다.

강진이 작가는 이번 갤러리R 개인전에 회화 32점, 자수 16점, 인형 23점의 작품을 전시합니다. 강진이 개인전 『나의 인형 이야기 : 나를 자라게 한 향기로운 순간들』을 아래와 같이 개최하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전시제목 : 나의 인형 이야기 : 나를 자라게 한 향기로운 순간들
초대작가 : 강진이
전시작품 : 회화 32점, 자수 16점, 인형 23점
전시장소 : 갤러리R(gallery R)
서울특별시 성동구 광나루로 294 성동세무타워 B01호
TEL 02-6495-0001
e-mail galleryrkr@gmail.com
전시기간 2022년 5월28 - 6월 18일
전시기획 : 갤러리R 객원큐레이터 류병학

전시오픈 :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픈시간 :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전시휴관 : 매주 일요일, 월요일


강진이의 그림은 요란하지 않다. 그녀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의 모습을 캔버스에 담담하게 그려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그림은 관객에게 공감을 넘어 감동을 준다. 와이? 왜 관객은 강진이의 그림을 보면서 ‘선물’ 같은 감동을 받는 것일까?

강진이는 살면서 “버겁고 지쳐 아이처럼 엉엉 목 놓아 울고 싶을 때도 있었고, 자존감과 의욕이 바닥으로 가라앉고 가라앉아 땅 속으로 꺼져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녀는 ‘가족’을 생각하면서 그림을 그렸단다. 따라서 그녀에게 ‘가족’과 ‘그림 그리기’는 “모든 것을 견뎌 낼 수 있는 힘”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술평론가 류병학 씨는 강진이의 그림을 ‘착한 그림’으로 부른다. 왜냐하면 그가 그녀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착한 마음’을 갖게 하기 때문이란다. 이번 갤러리R의 강진이 개인전에는 그림에 마치 모를 심듯 세필로 세심하게 그려놓은 그림과 천에 실로 한 땀 한 땀 수놓은 ‘자수-그림’ 총 48점이 전시된다.

강진이 그림들에서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노랑 텔레토비 인형, 딸이 늘 잠잘 때 껴안고 잔다는 원숭이 인형, 야옹이 인형, 감기로 기운 없이 등에 업혀 있던 첫아이를 미소 짓게 만든 피노키오 인형, 여행가신 엄마가 인형 좋아하는 딸 생각하며 고른 아가씨 인형과 시어머님이 선물해주신 성모자 상의 마트로시카 인형 등은 모두 인형가게에서 구입한 것이다. 따라서 그 인형들은 일종의 ‘대량생산품’인 셈이다.

대량생산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상품이다. 그런데 누구나 소유하고 있는 것, 즉 누구나 같은 것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우리 각자에게 다른 것이 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 각자의 사연(事緣)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진이의 인형’들은 특정인, 즉 ‘강진이의 오브제’들인 셈이다. 물론 그녀의 인형들은 우리도 가지고 있는 인형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강진이의 인형’은 우리에게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인형을 통해 우리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 아닌가? 말하자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형들 역시 우리 각자의 사연을 지니는 ‘우리 각자의 오브제’들이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라져가는 오브제들에 대하여 각자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자, 당신의 인형에는 어떤 사연이 있나요?

- 미술평론가 류병학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acrylic on canvas, 65x91cm, 2022

방학이 되면 며칠씩 할머니 댁에서 지냈다. 할머니 댁은 돌산이라고 불리던 곳으로 하늘이 가깝게 느껴지는 동네였다. 기억이 맞는다면 어릴 때 나는 원하는 물건을 사달라고 조른 적이 거의 없다. 필요한 건 엄마가 알아서 준비해주시기는 했지만 그것은 단지 필요한 물건이었고 갖고 싶은 것은 마음속에만 담아두는 내성적인 아이였다. 그런 내가 할머니에게는 좀 달랐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첫 손주인 내 말은 다른 일로 언짢은 상황에서도 무조건 들어 주셨던 할머니였다. 친척어른이 할머니를 뵈려고 방문하셨던 날 용돈을 받게 되었는데 골목 초입 문구점에서 본 인형이 갖고 싶었던 나는 할머니에게 졸랐다.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내리막 골목길을 내달렸다. 신이 나 뛰어 내려오는 내내 발이 땅에 닿지 않고 허공을 나는 느낌이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지폐를 내밀고 하얀 얼굴에 긴 금발을 한 마론 인형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내 인형놀이의 주인공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 강진이 2022


다락방, acrylic on canvas, 50x50cm, 2022 

어릴 때 살던 집에 다락이 있었다. 안방에 다락으로 올라가는 문이 있었는데 볼 때 마다 좀 무서운 느낌이었다. 특히 자려고 누웠을 때 천장에 가깝게 붙어있는 짙은 색의 다락문은 무시무시한 생명체로 보여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들기까지 한참 걸릴 때도 있었다. 그래서 가끔 한 낮에 다락문을 벌컥 열고 씩씩하게 올라가 아무렇지도 않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후둑후둑 더위를 식혀주는 비가 오던 날 친구와 함께 우리집 다락에서 놀게 되었다. 쿵쾅쿵쾅 소리내어 계단을 올라가 책가방을 던져놓고 좋아하는 인형놀이를 시작했다. 다락 아래가 부엌이어서 낮은 다락 창문을 통해 할머니께서 삶은 감자 그릇을 올려 주셨다. 포슬포슬한 감자를 먹다보니 우리의 놀이는 소꿉놀이로 이어졌다. 먹다 남긴 감자를 주물러 동그랗게 만들어 젓가락에 꽂았다. 손때 묻은 감자 요리를 인형들은 맛있게 먹었다. 어느덧 비는 그치고 빗물 내음과 웃음소리가 어우러진 속에서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날 다락방은 두려움을 극복한 내게 속 깊은 친구가 되어준 것 같다. 다락방에는 신문지에 포장된 돗자리도, 두툼한 솜이불 보따리도, 제사 때 쓰는 교자상도 자리하고 있었다. 한 계절 충분히 제몫을 한 후 물러나 있는 곳. 할머니가 담근 포도주 단지도 다락에서 익어 갔다. 어둠에 익숙한 물건들이 기다림을 배우며 지내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겁 많던 어린 나도 다락에서 보낸 시간동안 두려움도 무뎌지고 차츰 용기 있는 사람으로 여물어갔던 걸까.

- 강진이 2022


스노우맨 만나던 날, acrylic on canvas, 100x73cm, 2022 

주말이면 아기들을 태울 쌍둥이 유모차를 차 트렁크에 싣고 기저귀와 분유, 간식도 골고루 챙겨 장 보러 가는 일이, 영국 노리치에서 머물던 시절 내가 누리던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였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작은 점포가 늘어선 거리를 한참 돌다보면 유모차에서 두 아기는 잠이 들었다. 그러고 나면 다운타운 에 있는 제일 큰 서점에 들어갔다. 거기에서 어린이 그림책 작가를 꿈꿨던 내가 그동안 번역본으로 사 모았던 모리스 샌닥, 존 버닝햄, 바바라쿠니,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을 원서로 만날 수 있었다. 두 아기가 잠든 유모차를 오롯이 남편에게 맡기고 어린이 책 코너에 자리 잡고 앉아 새 책들을 펼쳐보며 꿈같은 장면들에 함뿍 젖어들곤 했다. 아기들이 깨어날 무렵 신중하게 고른 한 두권의 책을 들고 계산대로 갔 다. 계산원 뒤쪽 선반 위에는 그림책 속 캐릭터 인형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다. 그림책 속에서 막 튀어 나온 듯 사랑스런 모습들이다. 개중에 동그란 하얀 얼굴에 녹색 모자를 쓰고 빙긋이 웃는 스노우맨과 눈이 마주쳤다. ‘오늘은 책을 내려놓고 대신 당신과 함께 가야겠네요.’ 스노우맨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세대다 보니 오랜만에 친구를 본 것처럼 반가웠다.
스노우맨을 안고 서점을 나서는데 마침 다시 눈이 내린다. 따뜻한 서점 안에서 한 숨 잘 자고 난 아이는 기분이 좋은가보다. 스노우맨을 품에 안은 엄마도 기분이 무척 좋구나, 아가!
이제 네가 좋아하는 요구르트 사러 슈퍼마켓에 가자!

- 강진이 2022


Dear my star, 천에 자수, 60x90cm, 2022 



강진이_나의 인형 이야기. 갤러리R. 2022


강진이_나의 인형 이야기. 갤러리R. 2022


강진이_나의 인형 이야기. 갤러리R. 2022


새로운 미술 출판문화 
스마트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강진이 ‘전자-도록(digital-catalogue)’

출판사 KAR은 작년 12월부터 올해 초까지 한글판 전자도록을 총 21권 발행하였습니다. 출판사 KAR은 미술계에 새로운 출판문화를 선도하고자 합니다. 미술평론가 류병학 씨는 “‘전자-도록’의 도래는 출판문화의 변화를 넘어 질적인 미술계를 조성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았습니다.

출판사 KAR은 이번 갤러리R의 강진이 개인전 『나의 인형 이야기 : 나를 자라게 한 향기로운 순간들』을 위해 강진이 작가의 전작들과 함께 미술평론가 류병학 씨의 평론을 수록한 전자도록 『나의 인형 이야기』를 발행합니다. 출판사 KAR에서 발행한 전자도록은 온라인 서점들(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 밀리의 서재)에서 구매 가능합니다.